금융시장이 '3각 파도'에 휘둘리고 있다. 3백만명을 넘어선 신용불량자, 3백80조원에 달한 부동자금, 3조원이 넘는 카드사의 부실채권 등 3대 악재는 갈수록 그 파고가 높아지면서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이들은 장기간의 경기침체에서 파생된 악재들이다. 경기 진작을 위해 금리를 내려 돈을 풀다보니 마구잡이로 돈을 빌려 쓴 신용불량자들이 양산됐고, 돈을 빌려준 카드사들은 부실에 허덕이게 된 것이다. 실질금리 마이너스대의 은행 이자에 만족하지 못하는 돈들은 단기차익을 찾아 떠돌며 경제 곳곳에 버블을 형성하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을 야기하고 있는 '부동자금 380조'의 실태와 해결책을 모색해 본다. ----------------------------------------------------------------- 초저금리로 인해 눈덩이처럼 불어난 시중 부동자금(만기 6개월 미만 금융권 수신)은 지난 3월말 현재 3백76조원에 달했다. 작년말 3백39조원보다 37조원 늘어난 것. 지난 13일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로 시중 부동자금은 더욱 늘어나 이달중 4백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 투신 증권 종금사 등의 총 수신액 약 7백50조원중 절반 이상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 셈이다. 이들 부동자금은 시장을 떠돌며 이곳 저곳에 게릴라식으로 출몰해 버블을 형성하고 있다. 코스닥에 등록하는 온라인 게임업체 웹젠의 최근 공모주 청약에 3조3천억원이 몰린 것이나 주상복합아파트에 수천억원씩의 '묻지마 투자'가 이뤄지는 것 등이 단적인 예다. 은행 예금금리(1년만기 정기예금 기준)가 연 4%대 초반으로 물가와 세금을 감안하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이기 때문에 돈들이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자금화한 것이다. 이들 부동자금은 시장을 교란하고 경제 전반에 거품을 형성한다는게 큰 문제다. 정부의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투기가 잡히지 않는 원인도 바로 시중 부동자금 때문이란 지적이다. 때문에 경제안정과 경기회복을 위해선 시중 부동자금을 기업 투자자금으로 흐르도록 적극 유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제시된 큰 정책들이 행정수도 이전,동북아 경제중심 등 부동산 기대 심리를 자극하는 것들이 많다"며 "그러다 보니 시중 돈이 주식시장이나 은행을 떠나 부동산에 몰리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 전무는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부동자금이 당장 산업자금화되는 걸 기대하긴 어렵다"면서도 "정부가 정보통신 등 21세기 성장산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육성책을 내놓으면 분위기는 많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안정적인 주식배당 정책 등을 통해 자금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나동민 한국개발연구원(KDI) 금융팀장은 "주식시장을 통해 기업자금으로 돈이 흐르지 않는 것은 투자자들이 주식투자로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라며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은행 이자 이상의 배당을 보장한다면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리정책도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한영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자금 급증도 결국 저금리의 폐해중 하나"라며 "지금은 어렵겠지만 경기회복세가 나타날 경우 금리를 올려 시중 자금을 적정하게 흡수하는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시장에도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한 시그널(신호)을 줘 더 이상 시중자금이 국고채 등 안전자산에만 몰리는 기현상을 차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