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지난 86년부터 해오던 면세점 사업에서 전격 철수한다. 이는 지난해 한·일월드컵 공동 개최 등으로 면세점의 단골고객인 일본인 관광객이 크게 줄어든 데다 올 들어서는 이라크 전쟁과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확산 여파로 외국인들의 면세품 구입이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13일 "2001년 이후 면세점 사업의 누적적자가 1백24억원에 달해 더이상 손실을 감당할 수 없게 됐다"며 "6월7일자로 면세점 운영업체인 항공종합서비스측과 도급계약을 해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일정기간 재고 정리를 한 뒤 3∼6개월 내 폐점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철수 배경=서울(서소문 대한항공 사옥 내)과 제주 지역(서귀포 KAL호텔) 2곳에서 면세점을 운영해온 대한항공은 지난해 4백억원의 매출에 무려 88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냈다. 외국인 고객의 90%를 차지하는 일본인 관광객이 예년의 5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의류 패션 등 단기상품의 재고가 늘어났기 때문. 대한항공은 올 들어 할인판매 등의 형태로 매출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이라크 전쟁과 사스 충격이 겹치면서 1·4분기도 9억원의 적자를 내고 말았다. 제주지역 면세점의 경우 2001년 업계 1위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롯데 신라 등 대형업체의 공세에 밀려 고전을 면하지 못했다. 비교적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는 인천국제공항에 매장을 확보하지 못한 것도 부담이 됐다. ◆업계 파장=대한항공의 사업 포기는 비슷한 처지에 있는 중소형 업체들에도 상당한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자금력과 규모의 경제를 갖춘 롯데 신라 등 대형 면세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해서다. 특히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없는 사스는 업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달 중 국내에 입국한 일본인 관광객 수는 사상 최저 수준이었던 지난해 5월의 60% 수준에 불과하고 사스 여파로 여름 휴가철 항공예약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7월부터 특급호텔의 부가세 면세 혜택이 사라지는 것도 큰 걸림돌이다. 최근 관세청이 면세점 매출의 25%를 차지하는 내국인의 면세점 구입한도(1인당 2천달러)를 철저하게 파악하기 위해 관련 시스템을 정비하겠다고 나선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악재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