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북핵 위기 등 현안문제 해결을 위해 한반도 주변 4국 외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청와대 반기문 외교보좌관은 최근 "노 대통령이 미국 순방에 이어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일본과 중국 러시아를 방문할 것이며 이들 국가와 이미 상당한 협의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역대 대통령은 지금까지 많아야 1년에 4개국 중 2개국을 방문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취임 후 5∼6개월만에 주변 4국을 모두 방문하는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4국 순방에 속도를 내는 것은 미.일.중.러와 협력해 초미의 관심사인 북핵 문제의 해법을 찾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 6월초 일본 방문 =일본 언론들은 최근 노 대통령이 오는 6월 9일부터 3일간 취임 후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후쿠다 야스오 관방장관도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으나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노 대통령의 6월 초 방일을 추진하고 있음을 시인했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일인 지난 2월 25일 한국을 방문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 취임 후 첫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문제 공조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두 정상은 도쿄회담에서도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일 공조가 중요하다는데 공감하고 북한을 대화의 길로 이끌어내는데 의견의 일치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 7월 이후 중국과 러시아 방문 가능성 =노 대통령은 일본방문에 이어 7월을 전후해 중국과 러시아를 잇달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하면 후진타오 국가주석에게 베이징 3자회담을 주선하고 적극 중재해 준데 대해 다시 깊은 사의를 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북한을 3자회담에 끌어들이기 위해 지난 3월 하순 첸치천 부총리를 북한에 파견하고, 대북 원유공급 중단 및 재개라는 강경한 조치로 북한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또 새 정부의 대북정책인 '평화번영정책'을 중국 지도부에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햇볕정책'을 지지해온 중국은 '평화번영정책'에 대해서도 적극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목적의 최우선 순위도 북핵 문제다. 노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북한의 핵무기 보유 반대입장을 분명히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 우리 정부는 러시아와 북핵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문제도 심도있게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을 통해 핵무기를 건네받은 전례를 한국에 설명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구소련이 해체되면서 1천9백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 우크라이나를 수년간에 걸쳐 미국과 함께 설득, 핵무기를 자진 양도받았다. 또 일부 언론에서 제기됐던 북한에 천연 가스를 공급, 북한의 에너지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양국회담 의제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