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등의 업계는 29일 국내에 첫 발생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추정환자'로 가뜩이나 침체된 경기가 더 어렵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여행 및 관광업계는 다음달 1일부터 시작되는 5일간의 황금연휴와 일본의 '골든위크'(4월말~5월4일.일황 탄생기념과 주말연휴 등)로 예상했던 반짝 특수가 사스 발생으로 '물거품'되는게 아닌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기업들은 바이어 격감으로 전시회 등에 차질을 빚어 수출이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 유통업계 타격 =극심한 소비경기 침체 속에 사스 추정환자가 발생하자 백화점 할인점 등 유통업체들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매장을 보다 청결하게 관리하는 것 말고는 솔직히 뾰족한 대책이 없다"며 "사태가 악화될 경우 고객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주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지만 자칫 역효과를 낼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패밀리레스토랑 패스트푸드점 등 외식업체들도 고객이 줄어들까 우려하고 있다. 중국 동남아 단체관광객들의 식사 장소로 활용되는 외식업소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들을 거부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특급 호텔들이 운영하는 면세점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롯데 신라 워커힐 호텔 면세점의 1.4분기 입점객 수는 총 45만2천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 감소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사스 추정환자 발생으로 내.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들면 입점객 수와 매출은 더 감소할 전망이다. ◆ 관광업계 '공황' 우려 =호텔과 여행사 등 관광업계는 '공황' 상태를 우려하며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서울 시내 특급호텔의 예약률은 3,4월에만 작년 동기대비 20%포인트 이상 감소한 50%대. 그나마 5월 연휴 특수 등으로 사정이 나은 제주도도 이번 사태로 걱정이 태산이다. 이주희 제주 신라호텔 홍보주임은 "5월 연휴기간 예약은 한달여전에 끝났지만 국내에도 사스가 발생함에 따라 해약사태가 잇따르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벌써부터 제주지역 방역체계가 안전한지 묻는 문의전화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 부동산 시장도 영향권 =올들어 월간 단위로는 최대 물량인 3만2천여가구가 쏟아지는 다음달 아파트 신규분양 시장도 사스의 직.간접적인 영향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주택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달 중 전국에서 수십 개의 모델하우스가 문을 열 예정인데 사스로 인해 사람들의 발길이 끊길 우려가 있다"며 "사태 추이에 따라 분양 시기를 연기하는 업체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주택시장의 경우 만성적 공급부족 현상으로 청약 열기가 급속히 얼어붙을 가능성은 적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 수출에도 악재 =기업들은 "그동안 '사스 청정지역'을 표방하며 바이어를 초청했으나 이번 사스환자 발생으로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걱정했다. 특히 전시회에 참가하는 바이어들의 발길이 뚝 끊기지 않을까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다. 다음달 15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수입상품전을 주최하는 수입업협회는 "중국 등 해외 20여개국에서 1백여개사가 참가하기로 돼 있으나 취소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계주.조정애.송종현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