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국내에만 존재하는 대주주 및 산업자본의 의결권 제한 규정을 철폐해 달라고 정부에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7일 의결권 제한 등의 약점을 이용한 외국기업의 국내기업 경영권에 대한 위협이 심각하다며 국내기업을 역차별하는 각종 규제를 재검토해 달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최근 유럽계 자본인 크레스트증권의 SK㈜ 주식 매집 사태에서 보듯 국내기업의 역차별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곤란하다는 주장이다. 전경련은 △출자총액한도 초과분(순자산의 25%이상) 의결권 제한 △금융회사 보유 계열사 주식 의결권 제한 △상호출자제한제도상 의결권 제한 등 모두 9가지 의결권 규제 제도가 국내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제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높아지는 재계의 위기감 전경련이 국내기업에 대한 의결권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은 크레스트증권의 SK㈜ 주식매집 사건 이후 외국자본의 적대적 M&A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는 재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국내기업의 손발을 묶어놓은 상황이어서 외국기업들이 적대적 M&A에 적극 나설 우려가 크다"며 "기업들은 적대적 M&A에 방어전략을 짜느라 신규 투자는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최근 "외국자본에 적대적 M&A를 허용했다면 출자총액제한제도상 의결권 제한과 같은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 조항도 마땅히 철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안한 기업경영 전경련은 보고서를 통해 공정거래법 상법 증권거래법 은행법 등에 있는 9가지 의결권 규제제도를 제시하고 경영권 방어 제약,주주평등원칙 위배,주주권리 제한 등을 문제점으로 들어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특히 전경련은 적대적 M&A나 그린메일(주식을 매집한 뒤 경영권이 취약한 대주주에게 비싼 값으로 되파는 행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출자총액제한 제도상 의결권 제한이 반드시 철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경련 이승철 조사본부장은 "일본이 유일하게 출자한도제(순자산이나 자본금중 큰 금액의 1백%를 넘어 출자하면 규제)를 시행했지만 작년 5월 기업 투자를 되살리기 위해 폐지했다"며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출자총액규제는 폐지가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금융회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제한키로 한 것도 기업경영의 안정성을 해친다는 주장이다. 자산규모 2조원 이상 기업집단에 속한 회사가 상호출자 금지조항을 위반할 경우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도 기업을 불안한 경영환경에 노출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해소돼야 할 역차별 전경련은 △감사 및 감사위원 선임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한 상법(409조) 및 증권거래법(191조의11) △상장법인은 이사 총수의 4분의 1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해야 한다는 증권거래법(191조의 16) △정관에서 집중투표를 배제할 경우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증권거래법(191조의 18) 등도 모두 국내에만 존재하는 규제로 주주평등원칙에 위배된다며 마땅히 해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