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이 TV 화면으로 접하는 이라크 전황 실시간보도에 `일희일비'하며 출렁이고 있다. 딜러들이 CNN이나 `BBC월드' `스카이 뉴스' 등 TV 종합뉴스채널의 전황 "브레이킹 뉴스"(긴급뉴스)에 시시각각 반응하면서 금융시장에 일대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TV 종합뉴스 채널 급증에 따른 시청자 확보경쟁 격화로 최신 전황보도에 대한 금융시장 딜러들의 통신뉴스 서비스 의존도는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많은 금융딜러들이 소속회사의 비용절감조치로 금융정보서비스 제공업체를 한군데로 제한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가입비용이 비교적 싼 TV뉴스 채널 선호도는 이번 이라크전을 계기로 더욱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코메르츠방크의 외환시장 애널리스트 카말 샤르마는 "우리 딜링룸에는 스카이뉴스와 CNN, CNBC, BBC를 비롯한 7개 TV채널의 화면이 설치돼 있다"며 "우리는 이제 TV뉴스채널을 통해 최신 뉴스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현 이라크전 보도 양상은 1991년 걸프전 당시 미군의 엄격한 보도통제와는 대조적이다. 걸프전때는 미국 매체 소속의 풀기자 몇명만 최전선에 투입된 부대를 종군했을 뿐인데 지금은 미국-영국 연합군의 "임베디드"(종군)기자만 500명을 넘는다. 이번 전쟁의 경우 초기에 연합군 탱크가 이라크 남부지역을 거침없이 진격하고 미군의 `충격과 공포'작전에 따른 바그다드 폭격이 진행되면서 뉴욕 증시의 주가는 주간 기록으로는 20년래 최고치로 치솟았다. 그러나 이후 연합군의 작전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진격속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황 보도가 나오자 금융시장의 분위기는 금세 반전됐다. 개전 첫주의 보도는 연합군의 승전보 일색이었으나 나중에는 대부분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중견 증권 애널리스트 짐 우드-스미스는 "어떤 정보가 주어질지, 또 이 정보가 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한다면 불안할 수밖에 없지 않갰느냐"고 말했다. 코메르츠방크의 애널리트들은 이번 전쟁의 와중에서 리스크 노출도가 가장 높은 달러 및 파운드화의 흐름에 일정한 패턴이 있음을 발견했다. 아시아 환시에서는 가치가 상승했다가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는 하락세로 돌아서곤 한다는 것이다. 아시아 시간대에 CNN 등의 TV 뉴스채널을 시청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연합군의 승리가 확실하다고 믿게 되나 유럽 금융시장 딜러들은 다른 내용의 보도에 접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코메르츠방크의 애널리스트들은 "바그다드 야간공습 장면이 TV로 방영되면 미국의 군사력이 막강하다는 생각이 강해지면서 달러와 파운드의 동반랠리가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아침이 밝아 유럽 금융시장 거래자들이 이라크전 종군기자들의 현지보도 보다는 대체로 더 객관적인 신문기사를 읽게 되면 훨씬 부정적인 분위로 바뀌어 결국 달러와 파운드의 가치를 끌어내린다"는 분석이다. 금융시장 딜러들은 이라크전이 개전 2주째로 접어든 지금 TV화면을 채우는 "브레이킹 뉴스"를 한층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코메르츠방크의 외환 애널리스트 샤르마는 "전황보도에 식상한 듯한 분위기가 시장에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며 "이제 시장을 움직일 수 있는 머리 기사는 `이라크의 무조건 항복'이나 `사담 후세인의 생사' `연합군의 승전 선언' 등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런던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