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이라크전쟁에 대해 일부 외신들은 "석유전쟁"이란 표현을 쓰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세계 2위의 원유매장국(이라크)을 자국 통제아래 두기 위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무시한 공격이라는 해석이 상당한 공감대를 얻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반면 프랑스 등 유럽국가들은 인권과 평화를 명분으로 내걸고 미국의 침공을 맹비난했다. 그러나 이면에는 이라크의 석유지배권을 미국에 통째로 내줄 수 없다는 경제적 이해도 깔려있다. 바야흐로 세계는 천연자원이 무기화하는 "자원전쟁"의 시대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으로선 산유국의 유전개발 사업 등에 참여해 자원을 확보하는 길 밖에 없다. 한국은 이런 상황에 대비,지난 77년부터 해외자원 개발에 뛰어들었다. 유전과 가스광 개발사업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채굴한 자원의 일정량을 확보하는 방식이었다. 25년간 한국기업이 참여한 해외 자원개발 사업은 모두 2백54개.이 가운데 예멘 마리브 유전 등 몇몇 사업은 성공했지만 일부 사업은 실패의 쓴 맛을 보기도 했다. 해외진출 현황 지난해말까지 모두 1백6개 석유.가스 개발 사업에 진출했다. 모두 37억 달러를 투자했고 이미 투자액의 80%인 30억 달러를 회수했다. 우리측 지분으로 확보한 매장량은 모두 12억2천3백만 배럴.2001년을 기준으로 석유는 연간 수입량의 절반 수준(1백83일분)인 4억3천1백만 배럴,가스는 수입량의 6.7배(2천4백39일분)인 7억9천2백만 배럴에 이른다. 그러나 문제는 직접 개발을 통해 들여오는 물량이 국내 에너지 소비량에서 극히 미미하다는 점이다. 직접 개발물량을 전체 도입량으로 나눈 석유.가스 "자주 개발비율"은 고작 2.31%에 그치고 있다. 이와 함께 철강 유연탄 등 전략 광물개발 사업은 주로 호주 인도네시아 등 교역이 활발한 자원부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현재 28개국에서 90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성공.실패 사례 한국의 해외 자원개발사업에서 갖아 성공사례로 꼽히는 투자는 예멘 마리브유전 개발사업이다. 70년대 두 차례 석유파동 뒤 정부가 3차 석유파동을 막아보겠다며 찾은 돌파구였다. 석유공사는 마리브 광구에 SK 현대종합상사 등과 컨소시엄을 이뤄 개발사업에 참가했다. 사업은 미국 헌트사가 주도했으며 한국은 7억달러를 투자,24.5%의 지분을 확보했다. 87년부터 마리브 유전에서 하루 10만 배럴의 원유가 생산,지금까지 투자액의 2배인 15억달러를 회수했다. 산업자원부는 마리브유전 개발의 성공요인이 개발사업 초기단계인 탐사단계부터 참여해 생산량을 확보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마리브 유전의 성공이후 민간기업들이 앞다퉈 유전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재미를 본 사업은 별로 없다. 철저한 사업성 평가보다는 일종의 "붐"처럼 달려든 결과라는 평가다. SK 현대정유 등이 벨기에 피나사와 손잡고 리비아 유전개발에 참여했지만 발견된 매장량이 경제적 규모에 미치지 못해 실패했다. 한국 컨소시엄이 투입한 돈은 모두 3천9백만 달러.이중 1천9백만달러는 국민부담이라고 할 수 있는 에너지특별회계의 융자금이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