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이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지표물인 국고채 3년물에 대한 "폭탄돌리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경고의 메세지도 나오고 있다. 채권 수요 급증으로 야기된 이같은 과열양상은 시중 유동성은 풍부한 반면 증시와 부동산시장의 침체 등으로 대체 투자대상이 없다는 수급 요인이 주된 배경이다. 또 미국과 이라크간 전쟁 이후에도 세계및 한국 경기가 기대처럼 크게 호전되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가세한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연중 최저 행진 국고채 3년물(3-1호) 수익률은 26일 장중 한때 4.5%대에 진입했다. 국고채수익률은 지난25일부터 연중 최저치 행진을 벌이고 있다. 국고채 금리가 급락한다는 얘기는 국고채 가격이 급등한다는 의미다. 국고채 3년물 수익률과 콜금리의 차이는 40bp(0.4%포인트) 이내로 좁혀진 상태.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이 만기가 짧은 통안채 2년물보다 오히려 낮아지는 금리역전 현상까지 심화되고 있다. 이날 장중에 올 3월 국채발행 물량이 2조7천억원에 머물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수급호전에 대한 기대감을 강화시켰다. 채권 전문가들은 이같은 채권시장 양상을 '과열'로 단정하고 있다. 한국투신운용 정원석 채권운용본부장은 "국채선물 바스켓을 구성하는 지표물 위주로만 거래되고 수익률 하락이 이뤄지고 있다"며 "주변물로 확산되지 못한 상태의 랠리는 폭탄 돌리기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체 투자대상이 없다 대한투신운용 권경업 본부장은 "장기채권이 연기금과 보험 등 실수요기관에 많이 잠겨 있는 상태"라며 "채권시장의 과열을 인식하면서도 다른 투자대안이 없어 채권을 팔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1월 물가도 3%대 후반으로 높게 나오는 등 금리가 이렇게까지 내려갈 상황은 아니지만 달리 투자할 대상을 찾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런 양상은 시중자금 흐름에도 엿보인다. 이달들어 투신권에 유입된 5조4천4백80억원 중 88.8%인 4조8천3백70억원이 채권에만 투자하는 장·단기 채권형펀드와 MMF(머니마켓펀드)로 흘러들어가 안전자산선호(flight to quality) 경향을 여실히 입증하고 있다. ◆확산되는 경기비관론 채권시장의 과열 저변에는 미국과 이라크간의 전쟁이 단기간에 종결되더라도 빠른 경기회복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비관론의 확산이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이날 "이라크 전쟁이 초단기전으로 끝난다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더라도 고유가에 따른 기업들의 투자부진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경기침체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분석을 내놨다. 지표금리 5%대가 깨질 때 과열을 경고했던 한국은행은 더 이상의 구두개입을 삼가고 있다. 권경업 본부장은 "최근 채권시장이 수급기대감에 일부 딜링세력이 가세해 다소 과열된 느낌이지만 향후 경기에 대한 비관이 커지는 상황을 반영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