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서진이 실무 중핵인 1, 2급 비서관급까지 인선이 끝나 그 모습을 드러냈다. 새 청와대 비서관 진용은 주로 70-80년대 민주화 운동세력이 대거 포진함으로써 연령대가 한층 젊어졌고 여성인사가 과거에 비해 많이 참여한 게 특징으로 우선 꼽힌다. 특히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의 '청와대 참모 기능화' 원칙에 따라 이른바 부산인맥 등 '노무현의 사람들'이 상당수 진입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런 연유로 노무현 새 대통령의 탄생으로 예고됐던 '주류' 교체가 적어도 청와대에서만큼은 이미 완료된 것으로 보이며 이같은 추세가 다른 분야에서도 어떤 형태로 반영될 지 주목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노무현사단'의 청와대 입성이 이른바 실세의 권력집중과 의사결정 독과점으로 번져 또다른 측근정치의 폐해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70-80년대 운동권 대거 포진 = 주요 비서관들 중 80년대 학생운동을 경험하지 않은 인물들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민정1비서관으로 내정된 이호철(李鎬喆)씨는 부산대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지난81년 부산학생운동 조직사건인 부림사건으로 투옥된 바 있다. 그는 이 사건 변론과정에서 당시 노무현 변호사와 만나 지금까지 인연을 계속 갖고있는 최측근이다. 연세대를 졸업한 윤태영 연설담당 비서관 내정자는 지난 81년 교내 시위 과정에서 유인물을 돌리다 집시법 위반으로 구속돼 8개월간 옥살이를 했고 김만수(金晩洙)보도지원 비서관도 87년 구국학생동맹사건에 연루돼 6개월간 옥고를 치르다 6.29선언때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광재(李光宰) 국정상황실장 내정자는 지난 80년대 학생운동을 거쳐 공장 노동자로 취업, 민주화운동을 연장하다가 구속된 경력이 있다. 이 내정자는 지난 89년부터 노 당선자의 의원 보좌관 등으로 일하며 실세 기획참모로 자리잡았다. 시민사회단체를 담당하는 사회1비서관에 내정된 장준영 당선자 비서실 차장은 성대 재학시절인 78년 서울시내 6개 대학 연합시위를 준비하다 붙잡혀 긴급조치 9호위반으로 10개월간 감방신세를 졌다. 장 차장은 민청학련 실무지도부를 주도했고 이사건의 핵심 인물이었던 김근태(金槿泰) 민주당 의원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또 직능단체를 담당할 김용석 사회2비서관 내정자도 지난 75년 가톨릭학생회 사건을 주도하다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돼 내정자들 가운데 최장기인 4년여간의 옥고를 치렀다. 이들 외에도 향후 대통령 수행 등을 위해 청와대에 포진할 여택수 수행팀장(고대 부총학생회장) 등은 모두 대학시절 총학생회 지도부를 형성하는 등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던 경험을 공유한 특징을 갖고 있다. ◇`노무현사단' 중용 = 노 당선자가 청와대를 대통령 참모조직으로 꾸리겠다고 밝힌데서 진작부터 예상돼왔던 포석이다. 이호철, 이광재 내정자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안희정 전 당선자 정무팀장이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을 맡으며 당 잔류로 선회하자 '좌희정-우광재'가 '좌호철-우광재' 라인으로 재조정됐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이들 두 사람은 노 당선자의 핵심측근이다. 이호철 내정자는 부림사건으로 80년대초부터 노 당선자와 인연을 맺어왔고, 이광재 내정자는 89년부터 노 당선자의 보좌관 등을 지내며 핵심 기획참모로 일해왔다. 이기택(李基澤) 전의원 보좌관을 지낸 윤태영 내정자는 지난 90년대부터 노 당선자와 인연을 맺어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부터 여의도 캠프에서 연설과 공보쪽을 이끌었던 인물로, 노 당선자의 의중을 잘 읽는 몇 안되는 참모다. 천호선 국민참여수석실 기획비서관 내정자는 노 당선자가 13대 국회의원 시절보좌관을 지낸 경력을 가졌고, 윤태영 내정자와 함께 386세대를 이끄는 선배그룹으로 노 당선자의 인터넷 새 정치를 주도해 왔다. 김만수 내정자도 `통추' 인맥인 원혜영(元惠榮) 부천시장 보좌관을 지낸 이력으로 노 당선자와 연이 닿기 시작해, 지난 민주당 경선때 당시 유종필(柳鍾珌) 공보특보와 함께 `투톱'으로 대언론 관계를 풀어냈다. 서갑원 의전비서관 내정자 역시 지난 92년 노 당선자의 비서관으로 일하기 시작했던 측근인맥으로 분류되며, 양길승 제1부속실장 내정자도 노후보 의전팀장을 지낸바 있는 `노무현사단'이다. 비서관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최도술(56) 총무비서관은 노 당선자의 부산상고 1년 후배로 노무현 변호사 사무실의 사무장, 노무현 지구당위원장의 사무국장을 줄곧 맡아와 영원한 사무국장으로 불린다. 또 문재인 민정수석 내정에서부터 감지돼온 부산인맥 중용 맥락에서 안봉모 민주당 전 부산선대위 대변인이 국정기록비서관으로, 박재호 민주당 전 부산선대위 부본부장이 정무2비서관으로 각각 선임됐다. ◇여성인사 발탁 = 박주현 국민참여수석과 송경희 대변인 발탁으로 시작된 여성인사 중용 기류가 이어진 것도 특징이다. 황덕남 변호사가 법무비서관에 선임됐고, 이어 김현미 당선자 부대변인이 국내 언론1 비서관, 최은순 변호사가 국민제안비서관에 각각 발탁된 것이다. 외신담당 대변인에 내정된 이지현 SBS 기자까지 포함할 경우 모두 6명이 청와대 주요 포스트에 포진한 셈이어서 지난 98년 국민의 정부 출범 초기에 4명이었던데 비해 우먼파워가 한층 세졌다. 직업별로 보면 지난 80년대말 당시 이우정 의원 보좌관으로 출발해 정당판에서 잔뼈가 굵은 김현미 내정자를 제외하곤 모두 전문직 출신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송경희 내정자는 방송정책 전문가, 이지현 내정자는 방송출신이며, 황덕남 최은순 변호사는 시민단체 등에서 활동해온 법조인으로 분류된다. ◇비서관들의 이색경력 = 노 당선자와 인연을 맺은 기간으로 보면 가장 오래된 최도술 내정자는 부산상고 재학시절 사설 독서실 총무로 지낸던 경력을 갖고 있다. 당시 노 당선자와 독서실에서 다툰 인연으로 `독서실 총무가 청와대 총무가 됐다'는얘기가 회자된다. 부천시 의원 출신인 김만수 보도지원 내정자는 지역구 시장에서 도서대여점 `규장각'을 4년간 운영하고, 지역신문인 `먼 마루 신문'을 발행하며 생계를 꾸려간 경험이 있다. 이호철 내정자는 배낭여행 기획상품으로 유명한 배재항공여행사 지점장 등으로 근무한 이력을 지닌 여행상품 전문가이며, 윤태영 내정자는 새터 출판사 편집주간이었다. 또 홍보기획비서관으로 내정된 조광한 인수위 전문위원은 최근까지 서울시내에서 난초 전문 꽃집을 운영하기도 했다. 이광재, 서갑원 내정자는 지난 96년 당시 노당선자가 국회 입성에 실패하자 '근거지를 마련해 둬야 한다'는 차원에서 종로구 청진동 해장국 골목에 `소꼽동무와 불알친구'란 카페를 차려 2년간 운영했다. 이 내정자는 이곳을 '우리가게'라고 부른다. 노무현 새 대통령을 앞으로도 그림자 수행할 것으로 보이는 여택수 수행팀장의 경우 지난 93년부터 3년여간 모 아파트 상가에서 비디오 가게를 운영하기도 했다. ◇신진 중추세력화 = 당선자의 측근들이 권력 핵심부에 포진함에 따라 이들이 청와대내에서 이너서클화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좌호철-우광재'라는 조어가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특히 이들 신진세력이 참신한 발상으로 국정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견해와 함께 행정경험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청와대와 행정부간의 업무조정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수위의 한 관계자는 "비서관은 청와대를 이끌어 가는 허리 역할로 개혁성과 참신성을 고려한 인사이긴 하지만 너무 나이가 젊어 안정감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미 국내언론 1비서관 외에 민주당 출신들의 청와대 입성이 상대적으로 적어당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당 관계자는 "의원 입각이 사실상 배제되는 상황에서 당료출신들마저 청와대 입성이 안돼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밖에 홍보수석실의 경우는 한겨레신문 출신의 박종문 국정홍보 비서관을 제외하고는 송경희 대변인과 권영만 국내언론2 비서관, 이지현 외신담당 대변인 등 주요포스트가 대부분 방송사 출신이라는 점이 시선을 끌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