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는 지난 주말 도쿄에서 22개 회원국비공식 각료회담을 갖고 핵심 쟁점인 농업 관세.보조금 인하 및 의약특허 유예확대문제를 논의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함에 따라 오는 6월 재회동해 절충점을 모색할 예정인 것으로 16일 전해졌다. 농업 부문에서 첨예하게 대립해온 미국과 유럽연합(EU) 및 일본 등이 쉽게 입장을 완화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시한 내에 합의가 이뤄질지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 그러나 오는 9월 멕시코 칸쿤에서 소집되는 WTO 전체 각료회담 이전에 어떤 식으로든 뉴라운드 출범을 가로막아온 이들 쟁점이 해소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어 추후 협상에서 극적인 절충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도쿄 각료회담에 참석한 한국의 황두연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6일 사흘간의회동이 끝난 후 도쿄에서 기자들에게 "이집트가 주요 회원국 각료들이 재회동하는방안을 제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재회동이 "아마도 6월에 소집될 수 있을 것으로본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로버트 졸릭 무역대표는 "미국이 (불리하게) 일방적으로 농업 관세와 보조금을 내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일본과 EU가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경 입장을 거듭 밝혔다. 졸릭 대표는 농업관세 인하가 특히 일본과 인도 등에 유리한 것이라면서 "전세계 농업 관세의 70% 가량이 개도국간에 지급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일본의 쌀관세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에 대해 일본의 오시마 다다모리 농수상은 "쌀관세 문제를 포함해 이미 일본이 수정안을 WTO에 제출한 상태"임을 상기시키면서 따라서 "새로운 제의를 낼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오시마 장관은 그러나 농업협상 세부원칙(모델리티)이 시한인 내달 31일까지 확정되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현실적인 접근"은 시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더 이상 자세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EU의 무역담당 파스칼 라미 집행위원과 프란츠 피슐러 농업담당 집행위원은 "EU가 미국을 비롯한 외부의 압력에 의해 농업정책을 개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 각료회담은 WTO 농업협상특별위원회의 스튜어트 하빈슨 의장이 앞서 절충안으로 제시한 세부원칙 1차 초안을 놓고 협의했으나 농산물 수출-수입국간 이견을 좁히는데 실패했다. 하빈슨 초안은 ▲농업관세의 경우 최소 25-45%, 평균 40-60% 삭감하고 ▲수입쿼터를 소비의 10% 수준 늘리며 ▲국내농업보조금을 60% 삭감하는 한편 ▲농업수출보조금을 9년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하빈슨 의장은 또 한국과 일본이 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쌀관세화에대해서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일본과 EU 등 농업 수입국들은 관세 및 농업보조금 감축폭이 너무 크다고 반발한데 반해 미국을 비롯한 `케언즈'그룹 소속 농업 수출국들은 그 폭을 최대한 확대하려는 입장으로 팽팽히 맞서왔다. 이로 인해 수파차이 파닛차팍 WTO 사무총장은 도쿄 각료회담이 끝난 후 "여전히갈길이 멀다"고 협상 결렬을 확인했으며 하빈슨 의장 역시 "이견차가 크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농업협상 타결이 절실하다는 공감대는 확산되고 있다. 졸릭 대표는 이날 일본과 EU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공박하면서도 원색적인 비난을 삼가는 태도를 취했다. 또 하빈슨 의장도 "필요한 경우 세부원칙 초안을 수정할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소식통들은 농업협상 타결이 오는 2005년 1월 이전에 뉴라운드를 예정대로 출범시키기 위해 필수적인 사항임을 모든 당사자들이 공감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오는 9월의 WTO 5차 전체 각료회담 이전에 어떤 식으로든 타협점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도쿄 회담에서는 뉴라운드 출범을 가로막는 또다른 주요 장애로 부각돼온 의약특허 유예범위 확대 문제에 대한 절충도 이뤄지지 않았다. 선진국과 개도국들은 브라질이 내놓은 의약특허 유예에 해당되는 질병을 세계보건기구(WTO)가 규정하는 절충안을 협의했으나 결국 타협에 이르지 못했다. 미국은 의약특허 유예 범위를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와 말라이아 및 결핵 등`핵심 질병'으로 한정해 명시하자는 입장인데 반해 개도국들은 사안별로 유예를 적용하자는 주장으로 맞서왔다. 의약 특허권을 확보하고 있는 다른 선진국들도 앞서 특허유예 범위 확대에 반대했으나 `인도적' 차원에서 입장을 후퇴한 반면 미국 만이 끝까지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도쿄 AP.교도=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