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일 발표한 농산물 수입협상 제안서는 곧 본격협상이 전개될 세계무역기구(WTO) 뉴라운드협상의 농업협상에 대한 정부의 기본전략 지침이다. 정부는 농산물시장 추가개방과 관련,우리와 같은 수입국이면서 WTO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일본 등과 공동보조를 취하면서도 우리 나름대로 실리를 최대한 취하겠다는 복안이다. ◆개방안 제시 배경 미국과 호주 등 케언즈그룹(농산물 수출국 모임) 등 주요 농산물 수출국들뿐 아니라 우리와 입장을 같이 하는 EU 일본 등 NTC그룹(토착농업보호 등을 위해 농산물 일반공산품 교역과는 달리 취급해야 한다는 이른바 '비교역적 관심그룹') 국가들은 이미 뉴라운드 협상안을 제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만 원칙적 입장만 고수한 채 시장개방 스케줄을 내놓지 않다가는 자칫 협상에서 우리 입장을 전혀 반영시키지 못하는 잘못을 범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문제는 농산물 전반의 관세감축안을 제안하는 과정에서 현재 일종의 쿼터방식으로 수입되고 있는 쌀의 '관세화수입으로의 정책전환'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데 있다. 농림부는 이날 농민 눈치를 보느라 이 문제에 대해선 일절 공식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쌀 수입 관세화'를 이웃 일본 대만까지 허용한 상황이어서 한국의 정책변경도 시간문제로 간주돼왔다. 농림부 관계자는 "오는 13일께 WTO 농업위원회에서 관세 및 보조금 감축에 대한 세부원칙을 담은 DDA농업협상 1차 초안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협상의 분수령이 될 이 초안에 우리의 입장을 반영하고 미국 등 수출국들을 견제하기 위해 EU안을 기초로 한 개방안을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전망 지난해 3월부터 기술적 논의를 시작한 DDA농업협상은 대폭적인 관세 및 보조금 감축을 주장하는 농산물 수출국들과 점진적이고 신축적인 개방을 요구하는 수입국들이 양보 없는 접전을 벌이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협상 양대축의 하나인 미국은 협상 초기부터 모든 농산물의 수입관세가 25%를 넘지 않도록 관세상한선을 정하고 보조금도 5년 동안 96∼98년 평균 농업 총생산액의 5% 수준으로 낮추자는 충격적 방안을 제시하며 농산물 수입국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EU는 94년 타결된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때와 같이 각 국의 농업여건을 고려해 농산물 관세를 36% 감축하되 품목별 최소 감축률은 15%로 하고 농업보조금은 55%감축,수출보조금은 45% 감축할 것을 제시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WTO 농업위원회는 오는 13일께 농산물 관세와 보조금을 어떤 방식으로 얼마만큼 감축할 것인지에 대한 세부원칙을 담은 1차 협상초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1차초안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나온 우리 개방안은 DDA농업협상에서 비교적 수입국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하고 있다는 EU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우리 입장을 최대한 반영시키기 위한 것이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