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치도 이제는 생산적인 프로세스(과정)로 시급히 전환해야 합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 특사로 제33차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다보스포럼)에 참석한 민주당 정동영(鄭東泳) 의원은 폐막을 하루 앞둔 27일 저녁(한국시간 28일 오전) 한국취재진과 만나 `정치의 국제화'를 화두로 던졌다. 정 의원은 지난 23일 개막한 다보스포럼 기간에 노 당선자를 대신해 본회의 기조연설 및 기자회견에 이어 남바르 엥흐바야르 몽골 총리, 미국의 콜린 파월 국무,도널드 에반스 상무, 토미 톰슨 보건장관, 미국 상원외교위원장을 지낸 조지프 바이든 민주당 상원의원, 모리스 스트롱 유엔사무총장 방북특사 등 14명의 정재계 유력인사 및 학자와 개별 면담을 했다. 또 `북핵만찬'을 비롯한 3차례의 토론회에 참석했으며 CNN과 BBC를 비롯한 세계 유력 언론사의 회견 요청에 응하는 등 분주한 일정을 보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소감은. ▲지난 연말 대선에서도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한 고비가 정치라는 얘기를 많이했다. 한국 정치가 하루빨리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정치의 국제화'를 이룩해야 한다는 점을 절감했다. 그 동안 우리는 국회와 정치가본질과는 동떨어진 사소한 사안에만 몰두했으며 이 때문에 정국경색이니 여야격돌이니 하는 투쟁적인 표현으로만 상징됐다. --노 당선자와 새 정부에 대한 기대와 관심은 무엇인가. ▲노 당선자가 외부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인지 노 당선자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차이가 무엇인지, 그리고 새 정부의 대북정책이 햇볕정책과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노 당선자는 솔직하고 직설적이며 실용적인 성격의 소유자로서 CNN 회견에서 북한 인권 문제도 거론한 것처럼 할 말은 하는 지도자라는 점을설명했다. --파월 국무장관 등 미국 행정부 각료 3인을 만났는데 북한 핵문제를 제외한 관심사는 무엇이었는가. ▲우리가 국내에서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미국내 여론주도층이 반미감정을 우려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촛불시위는 한미행정협정(SOFA)개정을요구한 것이며 SOFA 개정요구는 주한미군 주둔을 전제로 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예를 들어 프랑스인이 미군 장갑차에 깔려 사망했다면 프랑인들이 미대사관앞에서시위를 하지 가만히 있었겠느냐는 식으로 설명했더니 수긍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파월 장관은 노 당선자의 한미연합사령부를 방문이 워싱턴의 우려를 진정시키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면서 높이 평가한다는 말을 했다. --각계 인사들이 갖고 있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한국을 모범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성공사례로 보는 인식이 주류를 이뤘다. 월드컵 축구대회의 성공적인 개최와 `붉은 악마'들의 거리응원으로 강력한 이미지가많이 남아 있었다. 국가 이미지를 국제경쟁력 향상과 국가 브랜드로 연결시킬 수 있도록 하는 전략적인 접근을 할 필요가 있으며 다보스포럼과 같은 국제무대를 적극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뒤 다보스포럼에서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면 한국의 이미지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데 큰 기여를 했을 것으로 느꼈다. 아울러 훌륭한 외교관 1명이 군인 10만명보다 낫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가 외교를 정말 잘 해야 한다는 것을 실감했다. (다보스=연합뉴스) 오재석 특파원 oj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