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동계아시안게임 종합 2위 수성은 쇼트트랙 하기 나름' 다음 달 1∼8일 일본 아오모리에서 열리는 제5회 동계아시안게임에 대회 출전사상 최대인 171명의 선수단을 파견하는 한국이 99년 강원도 용평대회에서 어렵게 얻었던 아시아 2인자 자리를 지킬 수 있느냐는 쇼트트랙의 활약 여부에 달렸다. 쇼트트랙은 그동안 한국이 중국, 일본과 함께 아시아 동계스포츠 무대에서 강국의 자존심을 유지하는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기 때문. 처음 개최된 지난 86년 일본 삿포로대회에서 한국의 쇼트트랙은 `노골드' 수모를 당했지만 은 3, 동메달 5개를 선사, 나란히 1개의 금메달을 딴 북한을 제치고 종합 3위를 하는데 기여했다. 또 2회 삿포로 대회(90년)와 제3회 중국 하얼빈 대회(96년)에서 각각 4개와 5개의 금메달을 안겼고 99년 강원대회에서도 전체 11개 금메달 중 절반이 넘는 6개를 따내 쇼트트랙이 한국의 종합 2위 달성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중국과 피말리는 순위다툼이 예상되는 이번 대회에 임하는 쇼트트랙 선수들의 어깨는 무겁다. 특히 한국과 중국은 금메달 1∼2개 차이로 종합 2, 3위의 명암이 엇갈릴 예정이어서 정면대결을 펼치는 쇼트트랙이 종합 2위 수성의 최대 승부처인 셈이다. 하지만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독식하며 세계 쇼트트랙 강국의 면모를 보여왔던 한국의 이번 대회 전망은 그리 밝은 편이 아니다. 한국은 쇼트트랙에 걸린 금메달 10개 중 5개 이상을 따줘야 만리장성을 넘어 아시아 2인자 자리를 지킬 수 있지만 목표로 하고 있는 4개 획득도 버거운 상황이다. 전력 저하의 원인은 남자 에이스였던 김동성(동두천시청)의 불참과 2002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여자 2관왕 고기현(세화여고)의 부진이 크다. 김동성은 오른쪽 무릎 수술 후 현재 재활에 전념하고 있고 고기현은 체중이 10㎏ 가량 불어 이번 대회에서 릴레이 후보선수 정도로 밖에 뛸 수 없다. 또 지난 15년간 대표팀을 이끌었던 `승부사' 전명규 전 감독으로부터 지휘봉을 넘겨받은 김기훈(남자)-이준호(여자) 코치 체제가 실험에 성공할 지도 미지수다. 젊은 사령탑 `듀오'는 4차까지 실시된 월드컵 시리즈에서 좋은 성적을 내며 일단 합격점을 받았지만 `베테랑' 리쟈준과 양양A가 남녀 에이스로 버티는 중국을 `완파'하기에는 사실상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어려움에 처한 한국 쇼트트랙의 구세주는 새로운 남녀 간판으로 자리잡은 안현수(신목고)와 최은경(세화여고). 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에 대표팀 막내로 출전해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던 안현수는 지난해 12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4차 월드컵 3,000m에서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를 제쳤고 두달 앞서 열린 1차 월드컵에서도 개인종목을 모두 휩쓸었다. 또 올림픽 계주팀 멤버로 금메달을 땄던 최은경도 1, 2차 월드컵 개인종목을 석권하며 절정의 기량을 보이고 있어 양양A를 격파할 대항마로 떠올랐다. 한국은 둘이 주 종목인 남녀 1,500, 3,000m에서 4개의 금메달을 가뿐히 따주고 중국과 박빙의 승부를 벌일 남녀 계주와 송석우(단국대), 주민진(이화여대)이 나서는 남녀 500m 등에서 1∼2개 금메달을 건진다면 극적인 중국 뒤집기에 성공하며 종합 2위를 지켜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