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은 9일(이하 현지시간) 예상대로 주요 금리를 유지했다. ECB는 이날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이사회를 열고 기본 금리인 조달금리(레피)를 2.75%로 유지했다. 예금금리와 한계대출금리도 각각 1.75%와 3.75%로 변하지않았다. 관측통들은 ECB가 지난해 12월 5일 이들 금리를 각각 0.5%포인트 인하했음을 상기시키면서 따라서 올들어 첫 통화정책이사회에서 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빔 두이젠베르크 ECB 총재는 금리 유지를 발표하면서 조만간 금리가 인하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현재의 통화 정책이 중기적으로 가격을 유지하는데 적정하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관측통들은 이번에 금리가 유지되기는 했으나 머지 않아 인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을 불식시키기 위해 두이젠베르크 총재가 이런 발언을 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들은 그러나 유로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따라서 내달 이나 오는 3월부터 금리인하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내다봤다. 두이젠베르크 총재는 유로권 물가와 관련해 상승과 하락의 두 위험이 동시에 존재한다면서 "경제의 불확실성과 신뢰 결여 및 저성장세가 인플레 위험을 경감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고유가 추세 등은 인플레 가중 요인으로 존재한다"면서 따라서 ECB가 물가 추이를 "관망하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두이젠베르크 총재는 유로권 성장 전망에 대해 "올해 그 추세가 매우 무딜 것"이라면서 그러나 "마이너스 성장은 아닐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의 유로화 강세가 수출 경쟁력을 잠식할 정도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유로화 강세가 결국 금리인하 압력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진단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로렌조 코도뇨 연구원은 "유로화가 계속 강세를 보이면 ECB가 결국 통화 정책의 고삐를 풀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ECB가 지난해 12월 금리를 내릴 당시 유로화의 대달러 환율이 거의 등가 수준이었음을 상기시켰다. 유로화는 9일 유로당 1.05달러에 거래돼 지난 99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가치를 기록했다. 베어 스턴스의 데이비드 브라운 연구원도 "지난해 유로화 가치가 달러에 대해 10% 가량 뛰었다"면서 "이를 통화정책 측면에서 평가할 경우 유로권의 단기 금리가 2.5%포인트 오른 것과 맞먹는다"고 말했다. 그만큼 금리가 내려갈 수 있다는 얘기다. 브라운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ECB가 지난해 금리를 0.5%포인트 내렸을 뿐"이라면서 "ECB 통화정책이사회가 금리 기조도 `중립'으로 유지하면서 현재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제반 펀더멘털을 감안할 때 ECB가 내달쯤 0.5%포인트 추가 인하하라는 강한 압력을 받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도뇨도 ECB의 금리 인하가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3월께부터 0.5%포인트를 내리라는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 AF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