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수기기를 생산하는 인천 서구의 신우워토스 송공석 사장은 연말연시에 바빠진다. 한해 사업을 마무리하는데 눈코뜰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불우이웃돕기에 열성을 기울인다. 성탄전야에도 동네 노인복지시설인 협성원을 찾아 가져간 쌀로 점심밥을 직접 지어 대접했다. 30년전 고향 전남 고흥에서 무작정 상경해 주린 배를 움켜쥐며 자수성가한 기억을 못잊어온 송 사장은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5년전부터 불우이웃돕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난 99년부턴 아예 절수용품 1개를 팔 때마다 수익금중 50원씩 이웃돕기 성금으로 모아오고 있다. 그는 "이웃이 있기 때문에 사업해서 돈을 벌 수 있는게 아니냐"며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면 그들도 다음에 더 어려운 이들을 돕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사장처럼 경영현장에서는 납품단가 몇원을 놓고 며칠을 씨름하며 계산기를 두드리지만 이웃과의 나눔에서는 아까운 기색없이 퍼주는(?) 기업인들이 강추위를 녹인다. 이들은 엄청난 부를 자랑하는 거부가 아니다. 대부분 중소기업인이고 대개 어려운 성장과정을 거쳤거나 사업실패 등으로 밑바닥을 경험해본 사람들이다. 남동공단에서 목재사업을 하는 이경호 영림목재 사장도 어릴 때 장애를 경험했던 터라 장애어린이들이 많은 성린재활원 후원회장을 맡아 사업보다 더 열심이다. 단순히 성금을 내는 정도가 아니라 장애아들과 주말 틈틈이 어울려 놀아주고 상담도 한다. 이 사장의 사업거래선인 터보테크 장흥순 사장(서울 서초동)은 이 사장의 헌신에 감동해 1억원을 쾌척했다. 장 사장도 사업초기에 힘든 일을 겪은 이후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 회사 형편이 아무리 어려워도 '우리보다 못한 이웃을 돕자'는 모토를 세워놓고 실천하는 기업도 있다. 인천 가좌동의 아스콘 생산업체 경인실업의 이교은 회장은 영업이 '마이너스 성장'을 해도 9년째 연말 성금은 꼭 마련하고 있다. 올해도 경기가 별로지만 1천만원을 고아원에 기탁했다. 그 역시 어린시절 고아처럼 떠돌았다. 금속 타공분야 국내 최고업체로 꼽히는 서울 대방동의 성실엔지니어링 이동훈 사장도 고아로 자란 기억을 잊지 못해 올 연말에도 어김없이 겨울옷 50벌을 들고 인천시내 소년소녀가장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삶의 의지를 북돋워주고 있다. 이 사장은 "죽을 때까지 소년소녀가장 돕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금형업체들인 재영솔루텍의 김학권 사장과 금강금속의 변석규 대표, 코다코의 인귀승 사장 등도 힘들었던 어린시절을 보낸 기업인들로 연말연시 이웃돕기를 생활화하고 있다. 현성호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국장은 "경기에 상관없이 연말연시가 되면 반드시 찾아오는 기업인들이 차츰 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가 아직 희망이 많다"고 말했다. 김희영 기자 song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