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3일 최고위원회의와 국회의원.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를 열고 대선 패배 이후 당 진로를 모색했으나 지도부 사퇴와 전당대회 시기, 당개혁 방안 등 핵심쟁점을 둘러싼 이견으로 진통을 겪었다. 특히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강재섭(姜在涉) 강창희(姜昌熙) 최고위원이 선거참패에 따른 자책론을 거론,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하며 '동반사퇴'를 요구한데 대해 김진재(金鎭載) 최고위원이 "선수습"을 주장하며 반대, 논란을 벌여 당수습 과정의 험로를 예고했다. ◇지도부 사퇴 = 당의 쇄신책을 마련할 비상기구를 만든 뒤 즉시 퇴진하자는 의견과 비상기구를 통한 수습책을 만들어 새 지도부를 구성하는 시점에 물러나야 한다는 방안이 맞섰다. 특히 서청원(徐淸源)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표직을 사퇴했으나 최고위원들이 "수습이 우선"이라며 재신임했고, 당3역과 대변인의 사표도 반려됐다. 강재섭 최고위원은 "우리 지도체제에서 대선실패로 이회창(李會昌) 후보가 정계를 은퇴한 마당에 우리도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강창희 최고위원도 "대선패배의 책임을 통감한다"며 최고위원과 대전시지부장직을 사퇴했다. 반면 박희태(朴熺太) 최고위원은 "쇄신도 단합을 위한 것" "서청원(徐淸源) 대표에게 힘을 주고, 대표의 결단을 따르자"며 조기사퇴에 반대했고, 김정숙(金貞淑) 최고위원도 "지도부 공백은 당원들에게 무책임할 수 있다"며 가세했다. 서 대표는 "나 스스로도 대표직에서 마음을 비웠다"며 "다만 당헌.당규를 찾아봤지만 전당대회 이외에는 사표수리 기구가 없다"고 중재에 나섰다. 그러나 김홍신(金洪信) 의원은 "새정치의 기수였던 이회창 후보를 '낡은 정치의 상징'으로 만든 사람들, 즉 그간 당을 이끈 사람은 2선으로 후퇴해 평당원으로 백의종군해야 한다"고 지도부 사퇴론을 거듭 제기했다. ◇전당대회 = 지도부 사퇴 시점과 맞물리면서 최고위원 및 의원들 사이에서 '조기전대론'과 `선개혁-후전대론'으로 나뉘고 있다. 서 대표는 이미 새정부 출범 이전 전당대회 개최 방안을 제시했고 최병렬(崔秉烈) 강재섭 안택수(安澤秀) 의원 등이 동의하고 있으나 김진재 이부영(李富榮) 김영춘(金榮春) 의원 등은 "당 개혁 등 진로설정이 우선"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서 대표는 "조기 전대만이 대선패배에서 벗어나 당이 단합하고 화합해 국정에 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재섭 의원은 "머뭇거릴 틈이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부영 의원은 "개혁을 철저히 한 뒤 전대를 해도 늦지 않다"고 했고 김진재 최고위원은 "당의 진로에 대해 가닥을 잡은 상태에서 전당대회가 논의돼야 하다"고 강조했다. 미래연대 소속 김용학(金龍學) 김영춘 의원도 "전대는 늦어야 3월 빨라야 1월이므로 시기는 문제가 안되며 중요한 것은 당의 개혁"이라고 말했다. ◇쇄신기구 = 당의 전면적 쇄신을 위한 특별기구를 구성하자는데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했으나 기구 구성원 배분을 놓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미래연대를 중심으로 한 소장파 의원들은 구 민정계 출신 인사 등 `낡은 정치인'으로 비쳐질 인사들에 대한 비대기구 참여를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중진급의원들은 "당 화합에 위배된다"며 `노장청 참여'를 강조하고 있다. 김영춘 의원은 "전권을 갖는 비상개혁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며 "쇄신기구에 과거 전당대회 준비기구처럼 당의 기존 이미지를 만들었던 분이 다수 차지하면 의미가 없다"며 개혁적 인사의 전진배치를 주장했다. 희망연대 소속 안상수(安商守) 의원은 "절반은 초.재선으로, 나머지 절반은 3선이상으로 구성하고, 원외도 그런 정신에서 포함시켜야 한다"며 "특히 선대위에서 실권을 가졌던 중진.원로들은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재섭 의원은 "노장청이 다 들어가서 허심탄회하게 당의 진로를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필요시 외부인사도 넣어도 된다"고 했고, 다른 TK(대구.경북) 출신의원은 "사람이 괜찮으면 참여할 수 있다. 젊다는 것으로 자기들 주장만 밀어붙이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남경필 대변인은 "쇄신기구 구성은 중립적인 인사가 장을 맡고 구성은 지역별, 연령별 의석비율에 따라 하는 방안이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당개혁 방안 = 소장파들은 `원내정당화' `인적청산'에 주력하고 있는 반면 중진의원들은 제도개혁쪽에 무게를 뒀다. 김영춘 의원은 "한나라당 체제가 과거 공화당때부터 만들어온 동원정당체제로 보스와 조직의 이름으로 의원들까지 동원대상이 돼 왔다"며 "이를 타파하고 의원들이 자신의 합법적 권리와 의무를 다하며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원내정당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상수 의원도 이를 지지했다. 미래연대와 희망연대는 당개혁방안에 대해 공동대응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김홍신 의원은 "지도부 선출을 전당대회가 아닌 `국민참여 창당대회'를 통해서 하는 등 기존 한나라당을 유지하는 대신 재창당 수준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병렬 의원은 "돈과 정쟁으로 비치는 정치풍토를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라면서 "차제에 완전 선거공영제를 실시해 돈안드는 선거풍토를 조성하고, 특히 이를 위해중대선거구제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재섭 의원은 "우리당이 그동안 너무 무거운 외투를 입고 이를 자랑하며 위영을 부린 측면이 있다"며 "인터넷 시대에 필요없는 재산을 털어내야 한다. 천안 중앙연수원도 매각하고 당사 규모도 줄여서 풍찬노숙할 준비를 해야 한다. 대의원 구조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이락 김범현 기자 choinal@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