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가 대선공약 평가를 강행한 것은 '정치가 바뀌지 않고선 선진경제로 도약할 수 없다'는 재계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총은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뜻보다는 기업인들에게 어느 후보가 가장 시장경제원칙에 충실한지 등을 객관적으로 알리는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총의 이번 대선공약 평가는 노동계의 정치활동 참여 움직임에 대한 소극적 '방어'보다는 이번 대선을 계기로 주5일 근무제 도입 등 각종 경제현안에 대해 재계가 '제 목소리'를 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경총의 공약평가는 그동안 각 후보의 소속정당이 공식 발간한 공약집 수록 내용과 각종 토론회 등에서 후보들이 발표한 내용을 토대로 분석한 것이다. 다음은 경총의 부문별 공약평가 주요내용이다. ◆ 경제부문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경제성장중심적'이며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분배중심적',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노동중심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이 후보는 대기업 계열분리 반대, 출자총액제한제 단계적 폐지, 기업집단지정제 완화후 폐지, 집단소송제 도입 반대 등 시장경제원리에 입각해 대기업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강제적 대기업 해체에는 반대하고 있다. 특히 기업활동 규제에 대해서는 과감한 조치를 강조하면서 규제일몰제 도입을 주장했다. 이 후보는 또 기업경영 부담완화를 위해 법인세 단계적 인하, 목적세의 5년내 폐지 등을 주장하고 공기업의 민영화를 강력히 주장하는 등 시장기능을 존중하면서 인위적 정부개입이나 기업활동의 자유를 구속하는 제도도입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노 후보는 시장경제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시장경제주의자임을 강조하는 발언을 많이 했다고 평가했다. 분배구조에 대한 문제해결방식 등과 관련, 정부개입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주장도 많았다. 노 후보는 대기업집단이 가져오는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정부개입을 통해 이를 규제하려는 입장도 나타냈다. 구체적으로는 대기업 계열분리 찬성, 출자총액제한제 당분간 유지, 상호출자와 상호지급보증 대상의 일반화, 기업집단지정제도의 한시적 유지, 집단소송제도의 조속 도입 등을 주장했다. 권 후보는 재벌해체를 주장하는 등 시장경제에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출자총액제한제도 강화, 집단소송제 도입 적극 찬성 등은 물론 과세표준 10억원 이상 부유층에 대한 부유세 징수 등을 주장하고 있다. ◆ 노동부문 =이 후보는 노사현안에 있어서 현재 합의기구 성격을 갖고 있는 노사정위원회를 협의기구로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노사관은 전반적으로 정부 개입을 줄이고 법과 원칙을 통해 공정한 규칙을 집행하는 자율적인 노사관계의 틀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노 후보는 사회적 연대를 강조하고 있어 정부가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사정위원회를 실질적인 사회협약기구로 만들어 현재보다 위상과 역할을 강화하고 법정 근로시간단축은 정부법안에 원칙적으로 찬성하면서 우선 시행하자는 입장이다. 제한적으로 단체협약 체결권을 인정하나 단체행동권은 불허한다는 입장이다. 권 후보는 노사정위원회를 국민경제정책위원회로 확대 재편해 노동자와 서민의 뜻에 따라 경제정책을 결정토록 하고 법정근로시간 단축은 임금저하없이 전면 실시하자고 주장했다. ◆ 복지부문 =이 후보는 성장과 분배의 중요성을 모두 강조하고 있다. 쟁점현안인 건강보험통합과 의약분업은 직장과 지역보험의 재정을 분리하고 '의약분업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의약분업의 종합평가를 거쳐 개선.보완한다는 주장이다. 노 후보는 사회적 연대를 통한 국가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건강보험통합과 의약분업에 대한 입장은 직장과 지역보험의 재정통합에 찬성하고 의약분업은 문제가 있더라도 보완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권 후보는 복지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가장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직장과 지역조합간 재정통합에 찬성할 뿐 아니라 4대 사회보험까지도 통합하자고 주장했으며 의약분업은 원칙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경총은 "세 후보의 복지정책은 기본적으로 막대한 재원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재원마련 방안에 대한 상세한 언급이 없고 정부에 대한 의존 심화와 근로의욕 저하라는 부작용을 간과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