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언제라도 이라크를 공격할 수 있는 여건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 통과로 확보됐다. 이를 계기로 미국 경제계는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이라크 간의 전쟁은 미국과 세계 경제에 지대한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의 동향에 따라 큰 영향을 받게 되는 유럽과 아시아 국가 경제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기는 마찬가지다. 가장 큰 문제는 이라크 공격이 미국 및 세계경제를더욱 침체국면으로 빠지게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지금 미국 경제는 큰 어려움에 빠져 있다. 경기를 자극하기 위해 지난해 11회의금리인하가 있었지만 그 효과는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았다. 소비는 위축했고 제조업경기도 계속 하강추세를 보였다. 공급관리연구소(ISM)의 제조업지수는 지난달로 두달째 연속 경기의 후퇴를 반영하는 50 미만의 수치를 나타냈다. 실업률은 지난달에5.7%로 올라가고 내년에는 7.5% 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급기야 연방준비제도(FED)가 6일 연방기금금리를 0.5%포인트나 다시 내려 연 1.25%로 조정했지만 그 효과가 가시화될 수 있을는 지는 미지수다. 이 와중에 전쟁분위기가 고조할 경우 주가는 더욱 하락하고 유가는 상승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최근 전쟁 가능성이 제기될 때마다의 주가 및 유가 동향을 보면 그 같은 가능성은 더욱 뚜렷해진다. 이렇게 될 경우 소비는 더욱 위축하고 일부 분석가가 우려하는더블딥(경기의 재하강국면 진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 현재 국제유가는 6개월 전에 비해서는 아주 낮은 상태에 있다. 런던의 국제석유거래소(IPE)에서 지난 7일 거래된 12월물 북해산 브렌트유도 22센트(0.9%)내린 23.48달러를 기록해 지난 4월 12일 이후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전쟁상황으로 치닫을 경우 문제는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전쟁이시작되기 전까지는 적어도 심리적인 영향으로 유가가 급등할 수 있으며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더욱 유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1991년의 걸프전 때는 전쟁훨씬 전에는 유가가 배럴당 16-20달러 수준을 유지하다가 긴장이 고조하면서 한 때40달러까지 치솟은 후 실제 걸프전이 시작한 이후 미국의 승리가 예상되면서 25달러선으로 떨어졌다. 유가의 상승은 미국경제나 세계경제를 위해 좋을 것이 없다.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이상으로 상승해 그 수준이 장기화할 경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5%포인트 하락하는 효과를 내면서 침체국면으로 빠진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이라크와 하는 전쟁이 유가를 그렇게까지 올린다고예상되지 않는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기는 하다. 우선은 전쟁으로 차질을 빚게 될 이라크의 원유 수출물량이 크지 않다는 점이 지적된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하루 원유생산량은 800만배럴인데 비해 이라크는 180만배럴 정도다. 또 과거 걸프전은 기습적으로 이뤄졌고 지금은 전쟁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각국의 경제주체들이 대응을 해 왔기 때문에 그 충격이 그리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전쟁의 발발은 소비 및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며 특히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이라크에 대한 공격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미국은 물론, 발리 테러 사건처럼 세계 다른 지역에서 테러가 지속적으로 일어날 경우 경제에 대한 여파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분석가들은 제2차 대전 때처럼 실제 전쟁이 미국 경제의 회생에 도움을 주었던 사례가 있으며 재정지출의 증가를 통해 침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미국경제에 이라크 공격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을 조심스럽게 나타내고 있다. 현재로서는 전쟁이 단기전으로 가느냐의 여부, 군수물자의 추가소요량, 향후 유가의 움직임, 이라크전쟁 발발 후의 중동지역 국가의 반응 등을 감안할 때 경제적충격이 어느 정도 될 지는 불확실성이 너무 많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현재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미국이나 세계경제에 이라크전쟁이 악영향을미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관측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강일중 특파원 kangfa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