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바현 나리타GC(파72)에서 3일 열린 시스코월드레이디스 매치플레이챔피언십 결승전은 피를 말리는 접전이었다. 결승전에 오른 박지은과 요네야마 미도리(일본)는 이날 오전 준결승전을 치렀기 때문에 정규라운드만 36홀,연장전까지 합쳐 총 40홀 경기를 펼쳤다. 더욱 경기형태가 매치플레이기 때문에 갤러리들은 흥미가 있을지 몰라도 선수들이 받는 중압감은 더 클수밖에 없었다. 결승전 초반은 요네야마가 앞서갔다. 요네야마는 현재 일본LPGA투어 상금랭킹 15위이지만 1라운드에서 김미현을,준결승에서 한희원을 1홀차로 따돌린 다크호스. 요네야마는 3,5번홀에서 잇따라 승리를 거두고 8번홀까지 2홀차로 앞서나갔다. 그러나 주니어시절 숱한 매치플레이를 치렀고,이번대회 들어서도 상대를 일방적으로 누르고 승승장구해온 박지은도 만만치 않았다. 박지은은 9번홀(파4)에서 처음 이겨 간격을 1홀차로 좁힌뒤 13번홀(파4)에서 다시 이겨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두 선수는 18홀 매치플레이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연장에 돌입했다. 10번홀에서 시작한 연장 첫홀은 두 선수 모두 파로 비겼다. 박지은이 "지옥과 천당"을 오간 홀은 연장 두번째홀 경기가 벌어진 11번홀(파4). 박의 드라이버샷이 러프 경사지에 떨어진데 이어 세컨드샷마저 감겨 나무숲으로 들어갔다. 파는 고사하고 잘해야 보기인 상황으로 박지은의 패색이 짙어보였다. 박의 세번째샷은 설상가상으로 나무계단에 떨어졌고 네번째샷을 그린에 올려 보기로 막았다. 그러나 요네야마가 승리를 너무 먼저 확신하고 방심한 탓이었을까. 투온에 성공한 요네야마는 3퍼트로 보기를 범하고 말았다. 박지은으로서는 기사회생이었다. 고비를 넘긴 박지은은 연장 네번째홀인 13번홀에서 6m 버디기회를 잡았고,그것을 넣어 기나긴 승부를 마감했다. 지난해 1월28일이후 21개월여만에 맛본 우승감격이었다. 통산 3승째. 우승상금 14만4천달러를 받은 박지은은 시즌 상금랭킹이 13위에서 7위로 치솟았다. 한편 한희원(24.휠라코리아)은 요네야마와의 준결승에서 다 이긴 경기를 마지막 2개홀을 버티지 못하고 역전패해 두 한국 선수끼리 결승대결이 무산됐다. 한희원은 3위상금 6만5천달러를 받았다. 이로서 한국은 올해 박세리 5승,김미현 2승,박희정 1승 등을 포함,미국LPGA투어에서 총 9승을 거두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