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통일외교통상위는 23일 정세현(丁世鉉) 통일부장관을 출석시켜 제8차 남북장관급회담 결과를 보고 받고 북한의 핵개발 계획파문에 대한 대책을 추궁했다. 회의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물론, 일부 민주당 의원들도 이번 장관급회담의 합의내용이 미흡하다고 질책하면서 북한의 전략에 말려든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의원은 "북한이 엄청난 일을 저질러놓고도 `핵'이라는 단어를 안쓰겠다고 하다 이를 보도문에 넣어준 것을 감지덕지하는 게 큰 문제"라며"정 장관의 인식이 황당할 만큼 갈피를 잡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박원홍(朴源弘) 의원은 "보도문에 `핵'이라는 단어가 하나밖에 없는 결과는 청와대에 와서 혼나지 않을 방지책만 마련한 것 아닌가"라며 "철도.도로연결등 부수합의는 전략용 미끼라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맹형규(孟亨奎) 의원은 "북한의 입장을 이렇게 보살펴주는 장관의 자세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면서 "싸울 때 당당하고 의연하게 싸워야 존경받는 법"이라고 일침을 놨다. 맹 의원은 또 "남북정상회담전에 대통령이 북한의 핵개발 사실을 알고 있었던것 아닌가"라며 "만약 알고도 정상회담에서 논의하지 않았다면 국민의 생존을 책임진 사람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박상천(朴相千) 의원은 "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진전은 병행되는 것이바람직하다고 했는데, 경제지원도 남북관계 진전인 만큼 이도 포함되는가"라고 따지고 "미국의 전략은 북한을 압박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며 한.미 공조대책을 추궁했다. 같은 당 추미애(秋美愛) 의원은 "이번 보도문을 통해 북한을 면책해 줬다는 지적에 일리가 있다"면서 "북한이 음지에서 음성적으로 핵개발을 하는 것을 차단한다는 목표가 달성됐다고 자신하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보도문에 `핵' 한자 밖에 없으나 북한이 (핵개발 사실을)시인하면서 함께 풀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징후를 볼 수 있다"면서 "사안의 엄중성에 비춰 보도문 내용이 약하나 남북이 조금씩 다가갈 수 있는 단초를 열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핵 사태가 상당기간 소요될 것인 만큼 남북관계를 단절하는 것은 현명치 못하며 북한에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면서 "경수로 건설 중단과 중유공급 중단등의 징계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으나 이번 회담에선 그런 문제를 논의한 자리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납북자 문제, 국방장관회담 개최 등을 제기했으나 이런 저런 이유로 되지 않았다"면서 "북한의 핵개발은 자기들 말로는 체제보존용이라고 하나 위협용이될 수 있는 등 여러 용도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욱기자 h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