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주요 대선 예비후보들간 23일 `북한 핵관련 간담회'는 시종 진지한 분위기속에서 진행됐다. 이 간담회는 1시간30분가량 예정으로, 청와대 본관 2층 집현실에서 열렸다. 김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 이외에 다른 일정은 잡지 않았으며, 제8차 남북장관급회담을 마치고 이날 새벽 평양을 출발한 정세현(丁世鉉) 통일부 장관을 참석시켜 회담 결과를 설명케 했다. 대선후보들도 간담회 참석에 앞서 각당 내부회의 등을 통해 자신들이 밝힐 입장을 정리하는 등 철저한 사전준비 자세를 보였다. 0...청와대는 이번 간담회가 특별한 결론을 도출하기 보다는 북한 핵문제에 대한 초당적 대처 의지를 다지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김 대통령도 참석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용납하지않되 반드시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재확인하는수준의 언급만 할 것으로 전해졌다. 박선숙(朴仙淑) 대변인은 간담회에 앞서 브리핑을 통해 "오늘 간담회는 대화 자체에 의미가 있다"면서 "오늘 모임이 국민을 안심시키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국내외의 걱정을 덜어주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간담회에 참석한 후보들의 소속 정당 의석수, 창당 여부 등을 고려해좌석을 배치했다. 이에 따라 원탁의 정중앙에 앉은 김 대통령의 오른쪽으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후보, 이한동(李漢東) 의원, 왼쪽으로 민주당노무현(盧武鉉) 후보, 국민통합 21의 정몽준(鄭夢準) 의원 순으로 자리를 잡았다. 또 청와대에서는 박지원(朴智元) 비서실장, 임동원(林東源) 대통령 외교안보통일특보, 임성준(任晟準) 외교안보수석, 조순용(趙淳容) 정무수석, 박선숙 대변인이배석했다. 0...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오전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주최 여성토론회에 참석한 뒤 곧바로 옥인동 자택으로 귀가, 청와대 회동을 준비했다. 이 후보는 당 북핵특위에서 만든 자료를 토대로 회동에서 밝힐 입장을 정리한뒤 권철현(權哲賢) 후보 비서실장, 남경필(南景弼) 대변인과 함께 청와대로 향했다. 이 후보는 "북한 핵개발 문제는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중대하고 심각한 문제인 만큼 할 얘기가 많지만 6명이 한자리에 모이게 돼 충분한 논의는 어려울 것같다"며 대통령과 1대1 회동이 무산된 데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할 것임을 밝히고 이를 위해 초당적인 협의기구와 정보공유 시스템을 만들자고 대통령에게 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권철현 실장은 전했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도 청와대행에 앞서 한화갑(韓和甲) 대표와 만나 준비회의를가졌다. 노 후보는 이 자리에서 이회창 후보와 정몽준 의원의 `교류협력 중단' 입장에대해 "두 분이 너무 빨리 단정적인 결론을 내서 걱정"이라며 "인식의 차이를 좁혀나가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후보는 한 대표에게 "내가 후보회담을 제안한 것은 대통령과 정부가 각 당에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공유함으로써 심각한 국론분열을 막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하고 "큰 흐름에서 후보들간 인식차가 있다는 것은 국민도 알고 있을 것이나, 민족의생존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인데 이런 것은 좋지 않다"며 초당적 협조를 강조했다. `국민통합 21' 정몽준 의원은 청와대 방문에 앞서 한국발전연구원 초청 특강에참석, 북한 핵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것으로 회동준비를 대신했다. 정 의원은 특강에서 대화에 의한 문제해결을 강조하면서도 이를 관철하기 위한방법으로 경수로 건설 및 중유공급의 한시적 중단을 주장했으나 제네바합의 파기 여부에 대해선 "합의 자체를 폐기하는 것은 신중하게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이어 기자들과 만나 자신이 국제정치학 박사임을 내세워 "국제정치학의 한 강좌에는 핵과 관련한 수많은 이론이 소개되고 있다"며 회동에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전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김병수 고형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