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 94년 체결된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를 파기하기로 결정했다는 보도가 잇따라 제기돼 향후 북한의 대응이 주목된다. 뉴욕 타임스는 19일 미 행정부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제네바 핵기본합의'를 파기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영변 핵시설에서 핵물질 이동을 시도할 경우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것을 경고하는 계획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우라늄 농축을 이용한 핵개발 프로그램을 시인했다는 미국측 발표가 나온뒤 아직 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나, 미측의 이같은 결정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북측 반응은 제임스 켈리 대통령 특사 방북시 이미 작심하고 핵 개발 프로그램을 시인한 것으로 미뤄 기존 입장에서 크게 벗어날 것 같지 않다는 분석이다. 외무성 대변인은 이와관련, 지난 7일 "미국의 변함없는 대조선 강경압살 정책은우리로 하여금 그 정당성이 실증된 선군정치에 따라 필요한 모든 대응 조치를 다 취할 수 있도록 떠밀고(떼밀고) 있다"고 강경 대응방침을 시사하고 있다. 그는 특히 '대응 조치'와 관련해 "핵 선제공격 대상으로 선정한 것도 철회하지않고 강경 적대시 정책에 매달리고 있다는 것이 확증된 이상 (켈리)특사에게 그에해당한 원칙적 입장을 똑똑히 밝혀보냈다"고 강조해 북한 나름의 대응조치를 준비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북한이 그동안 밝혀온 주장의 핵심은 미국이 오히려 기본합의문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4월 "조(북).미 기본합의문을 실제적으로 이행하지 않고있는 것은 미국이다"며 "조.미 기본합의문에 따르는 경수로 제공을 대폭 지연시키고중유 납입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때문에 북한은 미측에 대해 △동등한 주권국가로서의 지위에 기초한 대화 △적대시 정책 포기 △북.미 기본합의문과 북.미 공동코뮈니케 합의사항 이행실천을 대화의제로 삼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평양방송은 이에 대해 지난달 23일 "미국이 북.미 기본합의문을 유지하고 관계개선을 바란다면 적대시 정책을 해소하고 경수로 건설 지연에 따른 전력손실을 보상할 의지를 실천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따라서 북한은 미측이 중유 지원을 중단하고 경수로 발전소 건설 공사를 당분간유보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힐 경우 일단 `내 갈 길로 가겠다'는 식으로 핵동결 선언 파기 등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그럴 경우 북미관계는 최악의 국면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북한 입장에서 볼 때 초강경 대응으로 일관해 북미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갈 경우 국제적 고립에 빠져들게 되고 적극적인 대외정책 행보를 통한 경제회생조차기대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어떤 형태로든 대화의 끈을 놓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sknk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