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 4강 신화의 영광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이어가려던 한국축구가 이란에 덜미를 잡혔다. 비록 월드컵 4강의 주역이었던 황선홍, 유상철, 안정환, 설기현 등이 아시안게임 대표에서 제외됐지만 월드컵 멤버 이영표, 최태욱에다 8강전부터 합류한 박지성이 있었기에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내심 금메달을 노렸었다. 더욱이 이번 대회에는 23세 이하라는 연령 제한이 있었고 라이벌인 일본도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대비, 21세 이하의 선수로 팀을 꾸리는 등 전반적으로 참가팀들의 수준이 높지 않았기에 결승 진출 좌절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성인대표팀은 아니지만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의 뒤를 이어 아시안게임대표팀의 사령탑에 오른 박항서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대한축구협회와의 불명확한 계약문제로 마음 고생을 했고 공격과 수비에서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팀 컬러를 놓고 고심해야 했다. 주축 선수들이 프로리그에서 뛰느라 어린 선수들과 호흡을 맞출 시간이 없었고 어린 선수들의 전술 이해도가 떨어진다고는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드러난 허술하기그지 없는 수비진과 공격 라인의 부조화, 골결정력 부재는 반드시 점검해야 할 문제다. 박항서 감독은 이동국을 축으로 양 날개에 이천수, 최성국을 포진시키는 스리톱과 이동국-김은중, 또는 이동국-이천수의 투톱을 써 봤지만 약체팀과의 경기를 제외하고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공격수들은 빠른 스피드로 측면을 호쾌하게 돌파했지만 문전에서 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망설이는 모습을 자주 보였고 볼을 받아줘야 할 포워드진은 위치 선정을 제대로 못해 허둥댔다. 이제 한국축구의 간판 스트라이커 황선홍이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고 든든한 맏형 홍명보도 더 이상의 대표팀 합류가 어려운 상황에서 `스트라이커 부재'라는 당면과제가 떨어진 셈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큰 경험을 쌓은 최성국과 청소년대표팀의 스트라이커 정조국이 커가고 있고 김두현이 플레이메이커로서 가능성을 보인 점은 2004 올림픽예선을 눈 앞에 둔 한국축구가 거둔 수확이라 할 수 있다. (부산=연합뉴스)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