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보낸 국내 외환시장의 흐름이 다시 꿈틀댈 여지를 품었다. 지난주 박스권 상단의 레벨업에 이어 1,220원대 진입을 위한 모멘텀을 재차 부여받은 것. 추석 연휴동안 달러/엔 환율이 급등, 달러/원의 상승을 자극할 동인이 주어졌다. 달러/엔은 추석전 경험한 121엔대에서 레벨을 크게 높여 123엔대에 착지했다. 향후 달러/엔의 추가 상승에 대한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9월 넷째 주 환율(9.23∼9.27)은 1,220원대에서 추가 상승이 얼마까지 가능할 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주 박스권 범위를 높인 장세가 연장돼 향후 상승 추세 전환에 힘을 실을 여지가 생겼다. 시장 마인드는 차츰 달러매수(롱)쪽으로 비중을 높이고 있다. 추석 이후 시기적으로 월말로 접어들고 있으나 자금수요를 위한 네고물량 출회가 어느정도 이뤄졌음을 감안하면 환율 상승에 무게감을 더해줄 요인이 우세하다. ◆ 1,220원대 재도전 = 한경닷컴이 외환딜러 14명을 대상으로 환율전망을 조사한 결과, 예상 환율의 저점은 단순평균으로 1,201.00원, 고점은 1,219.43원으로 집계됐다. 지난주 장중 저점인 1,209.40원과 고점인 1,222.30원에서 하향한 수준. 조사결과, 위쪽으로는 9명의 딜러가 '1,220원'을 고점으로 지목했다. 이어 4명이 '1,215∼1,217원'을 상승의 한계로 점쳐 1,220원대에 대기하고 있는 매물에 대한 부담감을 내비쳤다. 소수 의견으로 1명이 '1,230원'까지 상승을 전망했다. 아래쪽으로 각각 6명이 '1,204∼1,205원'과 '1,200원'을 저점으로 지목, 1,200원대 환율이 지켜질 것으로 예상했다. 나머지 2명이 '1,190∼1,195원'까지 하락 가능성을 점쳤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1,220원대까지 상승했던 지난주 박스권 상향 조정 범위내의 등락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는 추석연휴동안 달러/엔의 급등을 예상치 못한 수치인만큼 추가 상향 조정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진단된다. 지난주 말 달러/엔은 뉴욕에서 123.35엔으로 급등했다. ◆ 지난주, 박스권 상향 = 지난주 환율은 주초 3개월 최고 수준까지 올라서는 등 8월초부터 유지돼온 박스권 상단인 1,210원을 훌쩍 뛰어넘은 뒤 차츰 추석 네고물량 등에 되밀렸다. 달러/엔의 급등 영향으로 환율은 지난주 월요일 6월 20일(1,224.80원)이후 가장 높은 1,220원에 마감됐다. 그러나 이후 추석을 앞둔 네고물량 출회와 일부 해운업체의 대규모 물량으로 차츰 반락, 사흘 내리 하락하며 지난 목요일 1,209.40원에 마감했다. 박스권 상단을 뚫고 추가 상승 가능성을 엿보았다는 데 의미를 둔 한 주였다. ◆ 달러/엔 상승 뜀박질 = 추석 연휴기간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엔의 움직임은 요동을 쳤다. 추석전 121엔대에 머물렀던 달러/엔은 20일 일본 정부의 국채발행 차질로 123엔대로 껑충 뛰었다. 달러/엔은 최근 뉴욕 증시가 부진에 빠지고 경제지표의 부진에도 불구, 20일 뉴욕장에서 123.35엔으로 마감해 직전일 뉴욕 종가보다 2엔 가량 올랐다. 일본 정부가 주식시장 부양을 위해 1조8,000억엔 규모의 10년물 국채발행을 추진했으나 88%만이 판매, 정책 당국의 신뢰성이 손상되면서 엔화는 급격한 약세를 보였다. 이는 곧 일본 정부의 정책에 대한 불안과 정책 변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응이 드러난 것으로 향후 추가 엔화 약세가 불거질 가능성도 함께 제기된 것으로 풀이된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지난주 "금융회사가 안고 있는 부실채권 처리를 가속화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다음달까지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내용은 은행 자산 사정의 엄격화, 과잉 채무기업의 정리·재생 등으로 현재 대책보다 과감한 내용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시장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디플레 문제는 물론 자본 이탈현상에 대응능력이 있는 지 의구심을 표명, 달러/엔 환율은 단기간에 124∼125엔까지 도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경제 불안에 따른 달러화 약세보다 일본 경제의 부진에 대한 우려가 국제 외환시장의 수면위에서 부력을 띄우고 있다. 달러/엔의 상승은 역외세력의 매수세가 국내 시장에 기승할 가능성이 있음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달러/엔이 지난주 형성했던 121∼123엔대 박스권을 돌파하느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시중 물량부담 '완화' = 지난주 추석을 앞두고 무거웠던 시중 포지션은 어느정도 소화 과정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 시장 참가자들은 네고물량은 일단락되고 일부 남은 것으로 추정되는 헤지성 물량이 정유사 결제수요, 역외매수 등과 맞물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200원대에서 하방경직성이 강화됐다. 높은 레벨에서 나오는 매물이 환율 상승톤을 어느정도 약화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이나 지난주와 같은 공급우위의 장세는 드러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라크 공습에 대한 긴장감이 팽배해질수록 유가상승 등과 맞물린 정유사의 매수세 강화의지도 피력될 수 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