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鄭夢準) 의원의 신당 시나리오는 '내달초 대선출마선언→독자신당 결성→제3세력의 순차별 통합→민주당과의 통합' 수순을 밟아갈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정 의원 주변에 포진한 핵심관계자들도 이같은 창당수순 및 일정에 대부분 동의한다. 다만 신당 창당 추이에 따라 일부 단계를 건너뛰거나 동시에 추진하는 등의 가변성은 남아있다고 볼 수 있다. 정 의원이 신당추진 세력의 '능동적 참여'를 거듭 표명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시나리오에 입각한 단계적 창당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신당 세력에 대해 수평적 통합에 적극 동참하자는 간접 주문의 성격을 지닌다는 것. 그러나 정 의원은 신당의 대선후보 선출방식에 있어서 만큼은 합의 추대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기류가 확연하다. 그는 21일 라디오 대담프로에서 "국민경선제가 직접민주주의 형태인만큼 관심을 갖는 것은 좋으나 의회민주주의와 대의제에 대한 신뢰없이 직접 민주주의만 주장하는 것이 정치개혁과 병행될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가 참여하는 후보 재경선에 대해서도"미국에 가서 여러 사람을 만났는데 `어느 정당이 경선을 한 뒤 다시 경선한다'고 했더니 이해를 못하더라"고 전했다. 이같은 그의 언급은 제(諸) 정파가 참여하는 통합 신당을 추진하되, 대선후보는 국민경선 보다 합의 추대적 성격에 의해 선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이해된다. 또 노 후보가 대선후보직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연대 대상에서 배제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시사한게 아니냐는 추론도 가능하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목에서 정 의원의 신당 구상이 벽에 부딪힐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당장 연대 최우선 대상으로 꼽히는 한국미래연합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국민경선제를 요구하고 있고, 노 후보도 국민참여 재경선 입장을 고수하며 대립각을 세워가고 있다. 이같은 견해차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박 대표의 신당 불참은 물론 노 후보도 당내 중도파를 대상으로 `반(反) 정몽준' 세규합에 나서는 등 정 의원의 구상이 중도에 차질을 빚거나 좌초될 위험성을 안고 있는 셈이다. 대선후보직을 둘러싼 제3세력내 동상이몽도 정 의원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이한동(李漢東) 전 총리는 "국민입장에서 부와 권력을 한 사람이 다 거머쥐려고 한다면 별로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며 벌써부터 견제구를 던져놓고 있으며 다른 후보군도 합의추대에 선뜻 동의해줄 것 같지 않은 분위기다. 이와 함께 정 의원에 대한 여론지지도 변화 추세도 변수로 꼽힌다. '정몽준 신당'이 폭발력을 갖는 진앙지가 지지율에 있는 만큼 그에 대한 본격적인 자질검증 이후 여론의 향배가 신당 추진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정몽준 파일'을 축적, 공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파일'의 뚜껑이 열리기 시작할 경우 정 의원이 그 시험대를 통과할 수 있을 지 여부가 신당 추진력의 열쇠가 될 수 밖에 없다. 정 의원은 민주당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과의 회동 뒤 "앞으로 정치인을 만날때 누굴 만나고 누굴 만나지 않아야 할 지 쉬운 일이 아니라는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신당 추진세력의 다양한 이해관계 조율이 쉽지 않고, 향후 행보도 결코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예감한 발언이 아니냐는게 주변의 해석이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욱 기자 h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