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기업회계부정 스캔들의 시발점이 된 미국 에너지대기업 엔론이 작년 12월 파산보호신청 전 여러 은행에서 50억달러가 넘는 자금을 조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워싱턴 포스트지가 22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엔론이 파산보호신청 전 JP모건 체이스와 씨티그룹 등 대형은행으로부터 석유거래 `선수금' 명목으로 50억달러 이상을 받은 사실이 의회조사를 통해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JP모건 체이스와 시티그룹이 92년부터 작년까지엔론에 석유거래 선수금으로 내준 돈은 85억달러를 웃돌았고 이 과정에서 비싼 수수료와 이자를 받아 챙겼다고 덧붙였다. 이 선수금 부분도 엔론이 무너지기 전 마지막 몇달간 급격히 불어난 부채에 포함됐어야 하는데도 실제로는 빠져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엔론은 천연가스나 다른 원자재를 몇년에 걸쳐 공급키로 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이를 근거로 은행에서 거액의 선수금을 받았다. 엔론은 이를 부채로 잡는 대신 재무제표상의 캐시플로(현금흐름) 계정에 넣어 유동성이 좋아지고 있는 것처럼 위장한 것으로 밝혀졌다. 월 스트리트 저널도 엔론이 부채에 허덕이고 있다는 사실을 감추고 현금이 넘쳐나는 것 처럼 보이기 위해 석유거래 선수금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저널은 이 거래에서 실제 석유의 매매가 이뤄진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 상원의 엔론 청문회에서는 이 `선수금' 문제가 집중 추궁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