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서적 수집가 이겸로(李謙魯ㆍ93)옹이 예술의전당에 기증한 서예와 고문헌 자료가 전시회를 통해 일반에 공개된다. 예술의전당 서예관은 26일부터 8월 25일까지 '서예고전과 재해석' 주제의 특별전을 열어 이옹이 최근 기증한 자료 중 추사 김정희의 '추사서론(秋史書論)'과 구양순의 '황보탄비(皇甫誕碑)' 등 한국과 중국, 일본의 필적 180여점을 소개한다. 이번 자료는 이옹의 기증품 290건 491점 가운데 엄선한 것으로, 한ㆍ중ㆍ일의서예발전과 상호관계를 밝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예술의전당은서예관의 박물관 등록을 기념해 기증받은 이 자료들이 서예사 연구와 한국서예 진로모색에 꼭 짚고넘어가야 할 만큼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옹의 기증 및 출품자료는 한ㆍ중ㆍ일 세 나라의 서예사를 다양한 형식과 내용으로 꿰고 있다. 김정희, 한호, 안평대군 이용 등 조선시대 대표적 명서예가의 필적 22점이 전시에 나오고 김인후, 박팽년 등의 천자문 10종도 공개된다. 이와 함께 왕희지, 구양순, 저수량, 안진경, 유공권 등 진(晉)ㆍ당대(唐代)와소식, 악비, 조맹부 등 송(宋)ㆍ원대(元代)의 필적처럼 한국 서예사에 영향을 미친중국 자료들의 고탁첩도 포함된다. 출품자료를 둘러보면 같은 한자라도 한국과 중국, 일본은 각기 다른 서예문화를가졌음을 살필 수 있다는 게 전시기획자 이동국씨의 설명이다. 조선시대의 경우 김생, 최치원, 탄연, 안평대군, 한호, 이황, 김정희로 내려오는 역대 명필의 맥을 창조적으로 이어오면서 우리 식으로 소화해냈다는 것. 그러나 한국 서예가들의 문제점 중 하나는 한자를 쓸 때 중국의 글씨만을 법첩으로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로, 이번 전시는 엄연한 차별성 속에서도 보편적 미감을지녔던 한국 서예의 진면목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예술의전당은 현대 서예인 33명이 서예고전을 재해석한 작품과 그 원작을 나란히 전시해 한국 서예의 맥락과 계승 흐름도 살필 예정이다. 이옹은 "10대 후반의 나이에 서점에 취직하면서 책과 인연을 맺어 현재까지 1만5천여권의 각종 서예 및 고문헌 자료를 모았다"면서 "이번 기증품 외에 나머지 자료들도 공공단체 등에서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입장료는 어른 3천원, 초중고생 2천원, 학생단체 및 경로우대 1천원. ☎ 580-1511~3.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