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최근 현대적 기술 개건(改建)을 외치면서 신설 또는 확장한 `본보기 공장'의 대부분은 선진국의 우수 설비와 발전된 기술을 도입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4월 평양 사동구역에 최첨단 시설로 건설ㆍ완공된 대동강맥주공장, 2000년 10월 현대적으로 확장된 자강도 강계닭공장, 같은해 북한 최초로 설립된 라면공장 평양 `즉석국수공장' 등은 모두 외국 선진기술과 설비를 도입했다. 작년 11월 북한의 감자 주산지인 량강도 대홍단군 종합농장 신덕분장에 완공된 감자전분공장의 전산화ㆍ자동화된 생산라인 역시 외국에서 도입한 것으로서, 이 생산라인으로 감자를 전분으로 만들어 포장하는 데는 20여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들 공장은 비록 외국 최신설비와 선진기술로 무장했지만 생산 원료는 대부분 수입이 아닌 자체의 자원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이른바 경제강국을 위해 북한 당국이지향하는 경제 현대화와 자력갱생정책의 본질을 엿보게 한다. 즉 종전에는 국내 자원과 함께 비록 낙후한 설비와 기술일지라도 자체 개발에 중점을 두었으나 이제는 설비와 기술만큼은 최고의 것을 도입하는 등 실질적 현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최근 들어, 100년이 지나도 전혀 손색이 없는 공장을 건설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고 특히 량강도 감자전분공장 건설에 필요한 외국설비를 들여오기 위해 특별기를 보내준 사실 등은 낙후한 기술ㆍ설비 대신 발전된 외국산을 도입하기 위한 북한 당국의 의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북한의 대표적 경제계간지 경제연구(2002.1)도 각 공장ㆍ기업소의 기술 개건을 위해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와 외국 선진기술 도입문제를 올바로 결정해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 외국 선진기술 도입이 현대화의 중요한 요소임을 지적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이 개혁ㆍ개방에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문을 닫아걸고 있는 조건에서 경제 현대화를 실현하는 데는 상당한 한계가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서울=연합뉴스) 최선영기자 ch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