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후보가 10일 전직국회의원들의 모임인 헌정회를 인사차 방문했다가 원로들로 부터 호된 '쓴소리'를 들었다. 노 후보가 "좋은 가르침을 부탁한다"며 깍듯하게 인사를 하자 한광석 헌정회 부회장은 "햇볕정책이란 명칭부터 잘못됐다. '햇볕이다'라며 기고만장해 갖다 주면 이북도 기분이 나쁠테고...여기도 어려운 사람이 많다"며 '상호주의' 원칙을 강조하면서 햇볕정책에 대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한 부회장은 이어 "미국의 입장을 무시해선 안된다. 속상하고 창피해도 일본처럼 미국과 가까이 지내야 한다"면서 "미국의 힘을 이용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방용 전 의원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신봉하면서 노력해 오늘의 번영이 왔다"면서 "우리가 보기에 노 후보는 손에 시한폭탄을 가진 사람처럼 느껴지는데 앞으로 안보나 보안법, 경제정책 문제 등에 대한 소견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 후보의 말씀은 가끔 변화가 심한 것 같다"면서 "대통령의 말은 천금과 같아 신중하고 변함이 없어야 한다"고 신중한 언행을 강조했다. 노 후보와 한때 같은 당에서 의원 생활을 했던 김성식 전 의원은 "바다같은 넓은 마음을 갖고 절대로 적을 많이 만들지 말라"면서 "미운 집단도 있고 할테지만 자기를 비판하는 집단이나 언론매체에 대해 넓은 마음을 가져야한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노 후보는 감사함을 표시하면서도 "저에 대해 잘 모르거나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아 안타깝다. 분열의 역사에서 기인한 인식의 벽이 있는 것 같아안타깝다"고 거듭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특히 노 후보는 "헌법을 공부해 고시에 합격한 뒤 판사를 지내고 의원까지 했는데 오해가 있어 마음이 아프다. 적어도 의원을 했던 선후배 사이에 이런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유치송 헌정회 회장은 "오해가 아니다. 자유민주주의는 기본질서로서 그동안 여야없이 이를 지키려고 노력했는데 작금에 일어나는 사태는 문제점이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에서 나온 것이며 엄밀히 말해 사상적인 문제도 있는 것 같다"고 헌정회원들의 입장을 두둔한 뒤 노 후보에게 분투를 기원했다. 간담회 후 노 후보와 동행한 한 당직자는 "6.25때 정치하던 분들 중엔 모든 기준을 반공에 맞추는 울트라 컨서버티브(극단적 보수주의자)가 많다"고 촌평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기자 k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