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와의 3-4위전에서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은 채 2번째 골을 성공시킨 송종국(23.부산아이콘스)은 `히딩크 사단의 황태자'. 송종국은 이날 한국이 1-3으로 뒤진 후반 인저리타임. 터키의 페널티지역을 한참 벗어난 곳에서 강력한 오른발 슛을 날려 한국의 2번째 골을 성공시켜 비록 졌지만 경기장을 가득 메운 6만3천여명의 관중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송종국은 `히딩크 사단의 황태자'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대변하듯 거스 히딩크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 중 하나다. 특히 송종국은 이날 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함으로써 이번대회 조별리그 3경기를 포함, 16강, 8강, 4강전, 3-4위전 등 7경기를 쉼없이 소화한 무쇠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확실한 수비능력은 기본. 강인한 체력과 통쾌한 중거리 슛, 돌파능력, 정확한 패스를 고루 지녀 수비와 미드필더 등 어느 포지션에서도 제 몫을 톡톡히 해내는 이른바 `멀티플레이어'의 대표주자답게 이날 후반 6분에도 크로스바를 살짝 넘는 강력한 왼발 슛으로 터키 골키퍼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고교 및 대학시절 수비에서 최전방 공격까지 다양한 포지션을 두루 섭렵하며 주목받던 송종국은 청소년 및 올림픽대표 등 엘리트 코스를 두루 거쳤지만 이동국과 김용대 등 스타선수들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더욱이 고질적인 발목 부상 속에 다행히 2001년 프로축구 드래프트 1순위로 부산에 입단했지만 여전히 무명 신세를 면치 못했던 송종국이 도약의 날갯짓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2월 두바이에서 열린 4개국 친선대회. 컨디션이 좋지 않은 설기현의 대타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전에 오른쪽 사이드어태커로 나선 송종국은 시원한 중거리슛 동점골을 터트린 것은 물론 과감한 돌파와 수비가담 능력으로 히딩크 감독의 눈길을 한번에 사로잡았다. 또 대표팀에서의 고공행진과 함께 소속팀에서도 눈부신 활약을 펼친 그는 지난해 프로축구 신인왕에 오르는 영광까지 누리며 2001년을 자신의 해로 화려하게 장식했다. 아울러 송종국은 히딩크호의 `감초'로 중앙수비수와 오른쪽 윙백, 수비형 미드필더 등 다양한 포지션에 시험 기용되며 대표팀의 핵심전력으로 자리를 굳혀갔다. 특히 송종국은 지난 해 11월 크로아티아 및 세네갈과의 3차례 평가전에서 스리백 수비라인의 중앙을 담당하면서 대표팀 수비 안정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손색없는 공격력을 갖춘 `멀티플레이어' 송종국이 수비에 묶이는 것은 수비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한 대표팀의 공격력 향상에도 마이너스 요인이었던 것. 이에따라 히딩크 감독은 송종국의 공격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 2월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에서는 그를 플레이메이커로 기용,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그가 빠진 수비라인이 다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히딩크 감독이 8개월간 대표팀에서 제외됐던 홍명보(포항)를 복귀시켜 중앙수비를 맡긴 것이 송종국의 공격 활용도를 높이고 수비도 안정시키기면서 팀의 리더 부재라는 문제까지 한번에 해결하기 위한 다각적 의도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송종국은 마침내 이번대회에서 대표팀의 오른쪽 미드필드와 수비를 오가며 양 포지션간 균형을 유지하는 한편 상대 오른쪽 측면을 뚫는 임무를 맡아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히딩크 사단의 황태자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한국의 4강 기적에 큰 밑거름이 된 송종국이 이제 아시아를 넘어 세계축구의 중심인 유럽 빅리그로 진출할 날도 머지 않았다. (대구=연합뉴스)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