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코스닥] (中) 재료.테마좇아 '패거리 매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게임주 차트 한번 보세요.
엔씨소프트와 액토즈소프트 한빛소프트 소프트맥스 등 그래프 모양이 거의 비슷하지 않습니까.
보안주도 실적이 좋은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주가흐름이 거의 같습니다"
한 애널리스트는 실적이 좋던 나쁘던 주가가 마치 한 덩어리처럼 움직이는게 코스닥시장의 현실이라고 한탄했다.
후불제 교통카드 업체인 씨엔씨엔터프라이즈.한때 PER(주가수익비율)가 1백배를 넘던 이 회사의 주가는 지난 4월부터 스마트로와의 특허권 분쟁에 휘말리면서 급락세를 탔다.
급기야 5월 말에는 오랫동안 호재로 작용했던 독일 철도청 수주가 결국 무산되면서 연중 최저치 수준으로 추락했다.
같은 업종인 케이비테크놀러지로서는 호재일 수 있었지만 주가는 씨엔씨와 비슷한 내리막 곡선을 그렸다.
증시 전문가들은 같은 테마에 든다는 이유로 주가차별화가 이뤄지지 않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패거리'주가와 다름이 없다고 평가한다.
기업별로 실적 등 펀더멘털이 다른 데도 앞 뒤 재보지 않고 '한묶음'으로 무조건 사고 파는 코스닥시장의 잘못된 투자패턴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신경제연구소 강록희 애널리스트는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주가가 하락할 때도 시장점유율 1위인 선두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간 차별화가 나타나야 한다"며 "그러나 테마를 형성하는 종목들의 주가가 함께 춤을 추는 사례가 많다보니 주가가 수급에 따라 형성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옥석 구분없는 '테마'쫓기=이른바 '테마주'가 양산되는 분위기 역시 코스닥시장의 무분별한 투자를 부추기는 원인이다.
실제 주가가 상승할 때면 반도체 전자화폐 엔터테인먼트 보안 인터넷 등 갖가지 테마가 코스닥시장을 주름잡는다.
문제는 각종 테마에 관련 기업을 끼워 넣다보니 선도주와 후발주간 차별화가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보다는 테마에 투자하는 분위기 때문에 실적이 안좋은 기업들의 기업가치가 테마 안에서 부풀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한 기업에 악재가 발생하면 별 영향이 없는 동종기업에까지 피해를 주는 사례도 많다.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이 기업가치보다는 성장성이나 기대감 등 '불확실한'요인에 따라 주가가 형성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적이나 애널리스트의 분석은 외면된 채 옥석을 가리지 않고 투자하는 관행 때문에 정석투자가 발붙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수급의 노예가 돼버린 코스닥=개인투자자의 거래비중이 90%를 넘는 상황에서 쏟아져나오는 신규등록기업 등 공급물량 증가는 극심한 수급불균형을 야기하고 있다.
지난해 코스닥기업들이 CB(전환사채)나 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 주식연계채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모두 2조6천억여원에 달한다.
올 들어서도 5월 말까지 5천51억여원을 끌어 들였다.
그러나 이들 채권은 향후 주식전환을 통해 투자자가 물량부담 등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더구나 신규 기업이 잇따라 쏟아져 나와 극심한 수급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지난해 새로 등록된 기업은 1백67개에 달한 반면 코스닥을 떠난 기업(거래소 이전 포함)은 9개에 불과했다.
올해에도 96개 기업이 새로 등록됐지만 8개 기업만이 떠났다.
등록심사를 통과한 기업은 57개에 달하고 있으며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한 기업은 1백82개나 된다.
이같은 공급물량의 폭증은 우량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차별화를 가로막는 근본적인 문제점의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