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압승과 민주당의 참패로 막을 내린 6.13 지방선거는 향후 대선구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6.13 선거를 거치면서 지역구도 재편 움직임이 일기 시작한데다 '노풍(盧風)'의 한계도 드러났다. 이로 인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대세론'에 힘이 실리는 반면 노무현 후보의 '대안론'은 위기에 빠졌다. SBS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가 3개월여 만에 노 후보에 2%포인트 앞서는 지지율 역전현상이 나타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 지역연대구도 변화 =이번 선거 성패의 주요 변수는 충청권표의 향배였다. 6.13 지방선거에서는 충청권의 표심이 민주당에서 한나라당으로 이동해 한나라당에는 승리를, 민주당에는 패배를 안겨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호남+충청'의 지역연대 구도가 '영남+충청'의 구도로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질 조짐을 보였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97년 대선에서 'DJP 공조'를 이뤄 호남과 충청의 지역연대를 통해 어렵사리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충청권이 영남권에 기반을 둔 한나라당과 이회창 후보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영남과 충청의 표심이 뭉쳐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반면 민주당은 충청과의 지역연대가 깨지면서 사실상 '호남당'으로 전락했다. 게다가 '노풍'은 이번 선거에서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노 후보는 PK(부산 경남) 지역에서 광역단체장 당선을 자신했지만 민주당 후보들의 득표율이 20%에 머물면서 영남권 상륙에 실패했다. 반대로 한나라당의 영남 결집력은 이번 선거를 통해 한층 강화됐다. 올 12월 대선에서도 지역구도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노 후보 보다는 영남 텃밭에 충청권에 교두보를 확보한 한나라당 이 후보에 유리한 상황이 열리게 됐다. ◆ 재.보선과 제3세력 등장 가능성 =8.8 국회의원 재.보선은 민심의 흐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가 된다는 점에서 12월 대선의 향배를 가늠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5곳을 포함해 전국 10여곳에서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이회창 대세론 굳히기'냐,'노풍의 부활'이냐를 확인하는 장(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선거 패배에 따른 민주당의 심각한 내홍과 자민련의 동요는 자연스럽게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일부 민주당과 자민련 의원의 이탈설이 나돌면서 제3세력의 등장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제3세력의 중심에는 민주당 이인제 의원과 자민련 김종필 총재, 한국미래연합의 박근혜 대표, 정몽준 의원 등이 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 경우 대선구도가 이회창-노무현 대결구도에서 3자 또는 4자구도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다. 정 의원은 월드컵대회 이후 정치행보를 본격화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박 대표와 이 의원은 상호연대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여기에 JP도 선거 패배로 활로 모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나름의 대중성을 갖춘 이들이 결합할 경우 연말 대선의 중요한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