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재계에서 LG-필립스 합작사업이 '히딩크'식 경영모델과 자주 비견되고 있다. 단순 비교가 무리한 점은 있지만 국내 최대 외자유치이자 대표적 '윈윈(Win-Win)합작'으로 꼽히는 LG-필립스간 사업의 호조가 히딩크 감독이 일궈낸 한국축구의 성공모델과 각별한 공통점을 띠고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LG와 필립스 관계자들에 따르면 LG.필립스 합작은 인화(人和)를 바탕으로 보수적 색채가 강했던 LG의 기업문화에 도전정신과 글로벌 사고로 대변되는 필립스의 네덜란드식 경영스타일이 접목되면서 성공적 외자유치 모델로 부상했다. 한국이 세계적 축구 강호반열에 오른 것도 따지고 보면 네덜란드식 경영스타일과 맥을 같이하는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이 변화의 물결을 타지 못하고 정체돼 있던한국축구의 잠재력을 자극한 덕분이라는게 재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LG와 필립스간 첫 합작사업은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TFT-LCD. 응용기술력과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투자재원을 마련하지 못한 LG는 고심끝에 '합작'을 선택했고 필립스는 글로벌 전략에 따라 과감히 LG에 16억달러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 시너지 효과에 따른 사업성과는 대성공이었다. 작년 기준으로 세계 LCD업계2위, 모니터용 LCD업계 1위를 기록했고 올해는 '제2의 호황기'를 맞아 업계 1위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세계최고의 축구명문 레알 마드리드 감독까지 지냈던 히딩크 감독이 낯선 한국행을 택한 것 역시 바로 도전정신과 글로벌 사고라는 네덜란드인 특유의 성향이 작용한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LG가 다시 필립스와 손을 잡은 것은 브라운관(CRT). 세계 최대의 생산능력을 갖춘 LG.필립스 디스플레이는 그러나 작년 6월이후 지속적인 적자행진을 거듭하며 LCD와는 대조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업초기 해외 구조조정 손실에 따른 것으로내년부터는 흑자전환이 가능하다고 LG.필립스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LG는 필립스와 또다른 협력도 모색중이다. 한 관계자는 "LCD 합작사업에서 얻는 경영노하우와 자신감이 그만큼 크다"고 말했다. 칼텍스와 IBM 등과의 합작사업도 나름의 성공을 거뒀지만 필립스와의 '궁합'이 그만큼 잘 맞는다는 얘기다. 필립스와의 합작으로 LG의 기업문화와 경영스타일에 변화가 일고 있다. 2000년초 처음으로 '노-타이' 자율복장 근무를 선언했고 작년말에는 연월차 휴가 소진방식으로 매주 토요일을 쉬는 변형된 형태의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는 등 선진국형 기업문화로 발빠르게 변하고 있다. 올들어 구본무 회장이 '일등LG'를 천명한데는 바로필립스와의 합작사업에서 얻은 노하우가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합작사인 LG.필립스LCD는 구본준 대표이사 사장 아래 위라 하다락사(wira hadiraksa) CFO, 브루스 베르코프(bruce berkoff) CMO, 부디만 사스트라(budiman sastra)CTO가 서울 본사에서 근무하며 필립스 특유의 경영스타일을 뿌리내리고 있다. 한편 지난 9일 방한, LG 구본무 회장과 회동을 가진 제럴드 크라이스터리(Gerald Kleisterlee) 필립스그룹 회장은 히딩크 감독과는 필립스가 소유한 아인트호벤 프로축구팀에서 함께 선수와 코치로 활약했던 인연이 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p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