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개표 현황보다 월드컵 경기가 더 재밌어요" 13일 치러진 전국 동시지방선거의 투표율이 48%로 사상 최저를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된 가운데 이날 저녁 7시께부터 시작된 개표상황도 월드컵 열기에 가려서인지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투표가 종료되고 각 개표장에 투표함이 도착하자 개표원들은 부산한 손놀림으로 개표에 나섰지만 유권자들은 밤새 방송된 개표결과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이날 오후 6시 투표종료와 함께 발표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한나라당이 일방적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상되자 흥미를 잃은 듯 휴일 저녁을 즐기기 위한 나들이에 나서는 시민들도 있었다. 특히 이날 저녁 8시30분부터 월드컵 멕시코와 이탈리아의 경기가 방송되자 상당수 시민들은 개표방송을 외면한 채 축구경기와 중계방송을 시청한 뒤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기도 했다. 이 때문에 과거처럼 손에 땀을 쥐어가며 `박빙의 개표상황'을 밤새워 시청하느라 아파트 단지의 세대마다 불히 훤하게 밝혀져 있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으며 국민 대다수는 다음날 치러질 월드컵 D조예선 한국과 포루투갈의 경기에 더욱 관심을 쏟는 모습이었다. 직장인 김상철(37)씨는 "월드컵 열기가 어느때보다 뜨거운데다 16강 진출의 관건이 될 포르투갈전을 하루 남겨놓고 있기 때문에 개표방송보다는 축구 중계방송을시청했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한 방송사의 여론조사결과에서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16강 진출과지지 후보의 당선중 어느 것을 더 바라느냐"는 질문에 대해 무려 90%에 가까운 압도적 다수가 "16강 진출"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역이나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대합실 등에서도 행인들은 개표방송보다 월드컵경기에 더 몰두하는 모습이었다. 대학생 김강용(23) 씨는 "출구조사 결과를 보니 결과가 뻔히 예상된다"면서 "월드컵 경기를 본뒤 내주에 있을 시험공부하며 밤을 보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