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조각에 매료된 강대철(55)씨. 그는 딱딱한 돌을 자유자재로 켜고, 잘라내고, 뜯어내고, 파내고, 갈아내 그 생명을 드러낸다.말 없이 놓인 돌덩어리에서 이야기를 찾는 것이다. 이런 작업세계는 12일부터 25일까지 서울 관훈동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12번째 개인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출품작은 '기둥형상' '얼굴형상' 시리즈 등 30여점에 달한다. 강씨는 오석, 마천석, 대리석 등 석재로 예술적 의도를 관철한다. 작품에서는 나무 줄기의 형상, 육면체의 다양한 집합, 물결처럼 부드러운 곡선의 얼굴 등을 만날 수 있다. 작가가 돌에 빠져든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젊은 날에는 현대미술의 표현방법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돌을 멀리했다. 망치질과 정질을 무수히 반복하는 수고로움에 비해 얻어지는 조형효과가 적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택한 것이 나무. 그는 나무가 갖는 생명성에 주목해 망치와 끌을 들었다. 작은 씨앗에서 커다란 줄기로 성장해가는 생명의 신비로운 궤적을 좇아가는 즐거움도 컸다. 강씨가 다시 돌을 만난 것은 지천명의 나이가 지나서였다. 돌에 다시 눈을 뜬 것이다. 그는 자신이 고안해낸 의미를 돌에 부여해 만들려는 과거의 의도가 억지였음을 깨달았다. 다시 말해 자신의 이야기를 돌에 풀어내려는 게 아니라 돌의 이야기를 작업으로 드러내려는 것이다. 말하자면 돌에 대한 순응이라고 할 수 있다. 기계적 도구인 톱날과 줄로 다루는 것이지만 돌이 안고 있는 물성을 새롭게 발견해 작업하는 것이다. 작가는 "내가 드러내고자 한 것은 특정한 형상이 아니라 작업과정에서 나타나는 수천 수만 가지의 모습이다"고 말한다. 홍익대 조각과를 나온 강씨는 이천 국제조각 심포지엄 운영위원장을 지냈고, 중앙미술대전 대상(1978년), 페루 리마 국제조각 심포지엄 최고 아티스트상(1998년) 등의 수상경력을 갖고 있다. 또 장편 '끌'과 '그대 몸짓 속의 그대'를 쓴 소설가이기도 하다. ☎ 736-1020.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