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은 경기 흐름을 바꿀 수있는 변속 기어다." 10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한국과 미국간 조별리그 D조 2차전은 거스 히딩크 감독이 평소 안정환에 대해 갖고 있던 평가가 그대로 적중한 경기였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선수 중 유일하게 빅리그인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뛰고 있는 안정환에 대해 탐탁치 않게 여겼었다. 그것은 안정환의 개인 기량이 모자라서라기 보다 안정환을 미드필더가 아닌 스트라이커로서 적합하다고 본 히딩크의 평가 때문이었다. 안정환조차 자신의 포지션을 미드필더로 생각했지만 히딩크는 안정환의 대표팀 발탁이 논란을 빚던 당시 "우리팀에 스트라이커는 충분하다"며 그를 꺼려했었다. 하지만 히딩크는 이동국 대신 안정환을 스트라이커로 대표팀에 발탁하는 결단을 내렸고 이날 미국과의 경기에서 한국을 패배에서 건져낸 영웅으로 만들었다. 선취골 허용에 이은 페널티킥 실축으로 벼랑 끝에 밀렸던 히딩크 감독은 후반 11분 황선홍 대신 안정환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후 교체 투입된 최용수, 선발로 뛰던 설기현과 삼각편대를 짠 안정환은 중앙과 오른쪽 날개를 오가며 상대 수비진을 교란시켰다. 패배로 가는 길에서 무승부로 돌아온 것은 후반 33분. 평소 몸싸움과 헤딩을 아낀다는 지적을 받아온 안정환은 상대 수비수와의 대결에서 밀리지 않으며 포스트쪽로 잘라 들어갔고 이을용에게서 날아온 볼을 방향만 바꾸는 헤딩슛으로 상대 골네트를 흔들었다. 히딩크 감독이 안정환을 스트라이커로 기용한 용병술이 적중한 순간이었다. (대구=연합뉴스)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