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본선에 첫 출전한 중국이 세계 축구의높은 벽을 실감하며 2연패, 16강 진출이 사실상 좌절됐다. 중국은 8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조별리그 C조 2차전에서 호나우두, 히바우두, 호나우디뉴의 삼각편대를 앞세운 브라질에 0-4로 완패했다. 이론상 아직 16강 진출의 희망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으나 '기적적인 반전'이없는 한 조 2위를 차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이 3차전에서 터키를 꺾고 코스타리카가 브라질, 터키에 연패하는 경우 중국, 터키, 코스타리카가 모두 1승2패로 동률을 이뤄 골득실을 가려야 하는데 이 경우도 현재 골득실이 -6인 중국으로서는 터키에 대승을 거둬야 희망이 있다. 경기초반 빠른 속공을 내세워 잠시 반짝 공세를 펼친 중국은 결정적 순간의 패스미스와 골결정력 부족으로 번번이 기회를 놓친데다 판즈이(상하이 선화), 쑨지하이(맨체스터 시티) 등 두 노장이 빠진 수비진이 브라질의 파상공세를 견디지 못하고무너졌다. 4-4-2 진용으로 나선 중국은 조직력으로 수비를 안정시키면서 기습공격을 노렸으나 개인기가 뛰어난 브라질 선수들에게 1대1 돌파를 허용한데다 상대의 빠른 공격에 속수무책이었다. 또 플레이메이커의 부재와 미드필드진의 부진으로 공수전환도매끄럽지 못했다. 중국은 지난 4일 광주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의 1차전에서도 초반 적극 공세를펼치며 의욕을 불태웠으나 예리한 맛이 없어 결정적인 득점찬스를 거의 잡지 못했고후반에는 체력까지 급격히 떨어지면서 2골을 내줘 완패했었다. 중국의 부진은 명장 보라 밀루티노비치 감독의 지휘아래 사상 첫 본선 진출의위업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남미 등 축구 선진국들과의 현격한 수준차이를극복하기에는 아직 실력과 경험이 모자랐다. 과거 한국이 경험했던 것처럼 외국인 감독 한명만으로 축구 수준을 단시간내에끌어올리기가 쉽지는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외신들이 이날 중국-브라질전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유한데서도 볼 수 있듯 중국은 아직 국제 축구무대 진출 역사가 일천한 '초년병'이라는 점에서 향후 발전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94년 중국프로축구리그(CPSL) 출범후 급속한 발전을 이룬 중국 축구는 13억 인구라는 저변과 팬들의 열광적인 성원을 토대로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을 통해 얻은 자신감과 경험을 활용할 경우 한국,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2006년독일 대회때는 아시아돌풍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정치,경제,문화 등 각 분야에서 세계 무대의 전면에 등장하고 있는 중국이 축구에서도 '거인'의 모습을 드러낼 날이 멀지 않았다는 평가다. (서귀포=연합뉴스) k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