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8년 프랑스월드컵축구대회에서 3위의 돌풍을 일으켰던 크로아티아의 부활을 알리는 축포가 밤 하늘을 수놓았다.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G조 조별리그에서 첫 상대였던 멕시코에 0-1로 무릎을 꿇었던 크로아티아가 8일 이바라키의 가시마월드컵구장에서 열린 이탈리아와의 두번째 경기에서 2-1의 역전극을 연출하며 기사회생했다. 한수 아래로 평가됐던 멕시코에 패해 예전의 전력이 아니라는 수모를 받자 우승 후보중 하나인 이탈리아에 선취골을 내주고도 막판 투혼으로 승부를 뒤집어 16강 진출의 가능성을 살려 놓은 것이다. 크로아티아는 이날 승리로 1승1패를 기록, 이탈리아(1승1패), 멕시코(1승)와 함께 승점 3을 기록했지만 골득실차에 밀려 3위가 됐다. 하지만 마지막 상대가 G조에서 가장 약체로 평가되는 에콰도르여서 16강의 희망에 부풀어 있다. 9일 멕시코와 에콰도르의 경기가 끝나봐야 대략적인 G조의 16강 진출 윤곽이 드러나겠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서로 맞대결을 펼쳐야 하는 이탈리아, 멕시코보다는 부담이 훨씬 덜하기 때문이다. 크로아티아를 더욱 고무시키는 것은 30대 고참들이 주축을 이루는 공격진과 미드필더진들이 조직력을 회복했고 수비도 차츰 안정감을 찾고 있다는 점이다. 크로아티아는 이날 지난 대회 득점왕인 다보르 슈케르를 투입하지 않는 대신 알렌 복시치의 지휘 아래 밀란 라파이치, 니코 코바치 등의 미드필더들과 후반에 들어간 이비차 올리치의 조직적인 패스로 이탈리아의 빗장수비를 허물었다. 후반 28분에 들어간 동점골과 31분에 성공된 역전골이 모두 이들 공격라인의 세밀한 패스와 콤비플레이 등으로 이뤄진 것이다. 수비에서도 상대 스트라이커인 크리스티안 비에리에게 선취골을 내주고 몇 번의 찬스를 허용했지만 만만치 않은 화력을 갖춘 아주리군단의 공격을 1점만 내주고 막아내 예전의 모습을 회복하고 있다는 증거를 보여줬다. 여기에 역전승을 연출한 정신력과 동점골을 뽑은 올리치를 후반에 투입한 미르코 요지치 감독의 용병술 등을 감안하면 경기가 끝난 뒤에 벌어진 불꽃놀이는 크로아티아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보기에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이바라키=연합뉴스) lee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