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지다" "팀은 생각 않고 자기 밖에 모른다" 등등 축구실력에 비해 인격적 평가는 그다지 좋지 않았던 일본의 축구스타 나카타 히데토시(파르마)가 이번 월드컵에서는 달라진 면모를 보이고 있다. 팀 동료들도 "4년 전보다 어른이 됐다" "팀 승리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고 놀랄 정도. 일본이 처음 월드컵 무대를 밟은 '98프랑스대회에서는 해외이적 소문이 오보와 함께 부풀려지면서 매일같이 자신을 따라다니며 취재하는 언론에 시달리다 결국 마음을 굳게 닫아버렸었다. 그로부터 2년 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는 강한 카리스마를 물씬 풍기며 '다가가기 힘든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런 나카타 특유의 분위기를 가장 싫어한 사람이 바로 "나카타가 팀분위기를 망치고 있다"고 생각한 필리프 트루시에 감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연습 중에나 경기 중에나 동료들에게 적극적으로 말을 걸기도 하고, '공이 있는 곳에 나카타가 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경기 중에는 공수 양면에 걸쳐 헌신적인 플레이를 보여준다. 전지훈련 때는 자신의 호텔방에 동료들을 불러모아 조촐한 술자리를 마련했고 지금의 합숙훈련에서는 탁구나 당구를 같이 하자며 다른 선수들과 즐겁게 어울린다. 이런 변화에 대해 그의 매니지먼트사 사장은 "지난 대회가 히데(나카타의 애칭)자신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무대였다면 이번 월드컵의 주제는 일본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이어 "(히데는) 지난 4년간 생존경쟁이 치열한 세계 무대에서 최선을 다했다"며 "지금은 일본인으로서의 정체성에 새롭게 눈을 뜬 것 같다"고 말했다. 나카타가 유럽에서 활동하면서 자신이 '일본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비쳐지고 있다는 자각 또한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프랑스축구잡지에 따르면 나카타의 지난해 연봉(추정)은 10억9천300만엔(약109억3천만원)으로 세계축구선수 가운데 네번째로 많은 금액. 또 나카타는 일본에서도 그를 대신할 CF모델은 미국프로야구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맹활약 중인 스즈키 이치로밖에 없다고 할 만큼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나카타는 "축구로 끝나는 인생은 싫다. 언젠가 프로선수도 그만둘 생각"이라고 공언하고 다닌다. 절친한 사람에게는 축구를 그만두면 대학에 가고 싶다는 말을 털어놓기한다. 일류선수로서의 지위를 확립하고 여유를 가지고 주위를 바라볼 수 있게 된 것도 그의 플레이나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주위의 반응에 대해 나카타는 그저 "나이를 4살 더 먹었다는 것이겠지요"라며 "지금은 러시아전에만 신경쓰고 싶다"며 엷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교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