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싸움 불붙었다."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 초반 조별 판세에서 프랑스를 제외한 강호들이 대부분 서전을 승리로 장식하면서 순조롭게 출발함에 따라 B, C, E, F, G조 등 5개조에서 1위 팀의 윤곽이 대충 잡히고 있다. 물론 프랑스가 세네갈에 격침당한 A조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개 판도다. 3일까지 조별리그 1차전 11경기를 치른 현재 B조 스페인, C조 브라질, E조 독일, F조 아르헨티나, G조 이탈리아 등 5개 시드 배정국이 예상대로 조 1위 결승토너먼트진출이 유력시된다. 반면 이들 조에서 2위 자리를 노리는 팀들의 경쟁은 그만큼 더 격화될 전망이다. 우선 B조부터 살펴보면 슬로베니아를 3-1로 완파한 스페인의 전력으로 볼 때 파라과이의 도전이 쉽게 용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98프랑스월드컵에서 스페인에 딴죽을 걸었던 파라과이는 다 잡았던 남아공과의 1차전을 어이없게 놓치며 불안한 전력을 노출해 기세가 한풀 꺾였다. 스페인은 16강전에서 E조 1위가 유력한 독일을 피하기 위해 끝까지 전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돼 2위 자리는 결국 12일 파라과이-슬로베니아의 최종전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경기만 진행된 C조에서는 브라질이 터키에 고전하긴 했지만 어쨌든 최대 난적을 따돌림에 따라 1위 진출을 위한 7부 능선을 넘었다. 브라질의 진땀을 뺀 터키는 1차전 패배에도 불구하고 만만찮은 전력을 과시, 중국과 코스타리카보다는 훨씬 유리해 보인다. 하지만 대진상으로는 13일 브라질과 최종전에서 맞붙는 코스타리카가 다소 유리하다. 브라질이 부상 등을 우려해 전력을 다하지 않는 상황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조에서는 사우디전의 골세례로 녹슨 전차군단의 오명을 씻어낸 독일이 독주채비를 갖춘 가운데 아일랜드와 카메룬이 치열한 2위 다툼을 벌여야 하는 양상이다. 물론 독일이 카메룬과 아일랜드에 모두 이긴다는 보장은 없지만 한번쯤 무승부를 기록하더라도 골득실에서 한참 앞서 있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다크호스로 손꼽혀온 아일랜드는 로이 킨의 카리스마 없이 독일과 맞서기에 힘이 부쳐 보인다. 역시 최대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죽음의 F조'에서는 아르헨티나가 나이지리아를 꺾고 한 발 앞서 나간 반면 잉글랜드는 스웨덴 징크스에 주춤거린 상태. 조별리그 최대 빅카드인 7일 아르헨티나-잉글랜드전에서 판세가 사실상 결정될 것 같다. 1차전에서 진 나이지리아는 잉글랜드, 스웨덴의 '공동표적'이 돼버려 더욱 어려운 길이 예고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주포 누앙쿼 카누 마저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있는 처지. 게다가 F조 팀들은 A조의 혼전 때문에 한번 더 주판알을 튀겨야 할 상황을 맞고있다. 당초엔 1위로 진출하면 16강에서 프랑스를 피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금은 사정이 전혀 딴판이다. 지네딘 지단의 복귀시점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G조는 뚜껑을 연 크로아티아의 전력이 예상보다 약한 것으로 드러나 이탈리아의 독주가 유력하다. 비에리의 골감각을 앞세운 이탈리아는 초반 부진 징크스를 털어내고 `전승 진출'이 가능한 전력으로 평가되고 있다. 2위 자리는 크로아티아를 잡은 멕시코가 일단 유리한 고지에 섰지만 전력이 예전같지 못해 안심하기는 이르다. 6일 2차전이 치러지는 A조는 덴마크와 세네갈이 기선을 제압했지만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가 그대로 물러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막판까지 혼전이 예상된다. 극단적인 경우 2승1패를 하고도 탈락하는 팀이 나올 지 모른다. 프랑스가 기력을 되찾아 두 게임을 다 잡고 전력상 약세인 우루과이가 다 진다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아무튼 A조는 2차전이 끝나야 윤곽이라도 잡힐 것으로 보인다. 4, 5일 경기를 갖는 D조와 H조는 포르투갈을 빼면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어 혼전이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