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이탈리아.스페인.독일은 쾌청, 브라질. 잉글랜드 가끔흐림, 프랑스는 먹구름."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 초반 유력한 우승 후보들이 대부분 서전에서 승리를 장식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세계를 경악케 한 개막전 세네갈 대반란의 제물이 된 지난 대회 우승팀 프랑스를 제외하면 역대 대회에서 강호들에 따라붙던 `초반 부진 징크스'를 상당부분 털어낸 셈이다. 3일까지 치러진 조별리그 1차전 11경기에서 가장 좋은 출발을 한 팀으로는 단연 아르헨티나를 꼽을 수 있다. `죽음의 F조'에서 `슈퍼 이글스' 나이지리아를 1-0으로 제압, 생존게임의 첫 관문을 무사히 통과한데다 노장 가브리엘 바티스투타의 변함없는 `킬러감각'을 확인하는 등 단순한 1승 이상의 수확을 거뒀기 때문이다. E조에 속한 독일은 사우디 아라비아의 골문에 융단 폭격을 퍼부으며 8-0의 기록적인 대승을 끌어냈지만 어차피 이길 경기를 이겼을 뿐 실익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골득실에서 한참 앞서간 점이 소득이라면 소득. 크로아티아의 전력 약화로 G조 선두가 유력시되는 이탈리아는 예상대로 빈틈없는 전력을 과시하며 본선에 처녀 출전한 에콰도르를 2-0으로 가볍게 제쳤다. 82년 이후 계속돼온 첫 경기 부진 징크스를 말끔히 씻어낸 셈이다. 특히 가장 유력한 득점왕 후보인 골잡이 크리스티안 비에리가 혼자 2골을 넣어 화력시범을 한 점도 눈에 띈다. 반세기에 걸쳐 첫 경기 부진이라는 짐을 벗어던진 `무적함대' 스페인도 라울 곤살레스를 앞세운 막강 공격진의 위세로 `도깨비팀' 슬로베니아를 3-1로 완파하고 산뜻하게 출발했다. 스페인은 같은 B조의 파라과이가 다 잡았던 남아공전을 놓쳐 2차전만 넘기면 손쉽게 조 1위 결승토너먼트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은 터키전에서 호나우두의 화려한 부활포를 확인했지만 경기 내내 고전을 면치 못해 그리 매끄럽지 못한 출발을 했다. 선수들이 개인기에 의존하는 플레이를 반복하고 조직력이 살아나지 못해 남미지역예선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다. 어쨌든 조별리그 최대 난적인 터키를 잡은 만큼 조 1위 진출의 7부 능선은 넘었다. 스웨덴과 1-1로 무승부, `바이킹'에 주춤한 잉글랜드는 생존 자체가 숙제다. 아르헨티나에 진 나이지리아가 공동 표적이 된 만큼 나이지리아를 무조건 크게 이기고 아르헨티나에 `지지 않는' 전략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지네딘 지단의 부상 악몽과 동시에 충격적인 패배로 벼랑에 몰린 프랑스는 우루과이, 덴마크와의 2,3차전을 모두 이겨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우루과이전에서 비기거나 질 경우 우승후보국 중 유일하게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당할 지도모른다. 아직 경기를 치르지 않은 D조의 포르투갈은 5일 미국과의 첫 대결에서 숨겨놓은 전력의 뚜껑을 열게 된다. (서울=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