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은 더 이상 종이호랑이가 아니었다. 언제 세계축구계를 지배했느냐는 듯 2002월드컵축구대회 남미지역 예선에서 온갖 수모를 당한 브라질이었지만 호나우두가 부상에서 회복, 전력에 가세하면서 월드컵 4회 우승국의 위용을 되찾았다. 3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C조 리그 터키와의 첫 경기에서 보여 준 삼바축구의 가공할 공격력은 브라질을 변함없는 우승후보 대열에 올려놓기에 충분했다. 관중들은 브라질 선수들의 현란한 개인기에 한 눈 팔 틈도 없이 환호했다. 브라질 공격의 핵심은 `3R'로 불리는 호나우두, 히바우두, 호나우디뉴. 최전방에 투톱으로 나선 호나우두와 호나우디뉴는 쉴새 없이 상대골문을 두드렸고 미드필드 히바우두는 절묘한 센터링과 중앙돌파로 기회를 만들어냈다. 호나우두-히바우두, 히바우두-호나우디뉴, 호나우두-호나우디뉴 등 파트너를 바꿔가면서 펼치는 3R의 콤비네이션은 시종일관 상대수비를 긴장시켰다. 전반 39분 왼쪽 엔드라인 가까이 침투한 호나우두가 수비수 2명 사이로 센터링하자 히바우두가 뛰어오르며 헤딩슛한 것은 상대골키퍼의 감각적인 선방에 막혀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절묘한 콤비를 보여줬고 45분 상대골키퍼가 간신히 막은 호나우디뉴의 오른 발 슛은 히바우두의 절묘한 패스에서 나왔다. 후반 4분 터진 동점골은 히바우두의 감각적인 센터링과 호나우두의 개인기가 합작으로 만들어낸 예술품이었다. 그러나 브라질의 막강 화력에는 3R만 있는게 아니었다. 후반 중반 호나우디뉴와 호나우두가 차례로 교체돼 나갔지만 대신 들어 온 데니우손과 루이장도 기막힌 드리블과 과감한 돌파로 끝내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이날 브라질은 2-1, 1골차로 이겼지만 경기내용에서 월등하게 앞서 삼바축구가 결코 무너져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전세계 축구팬들에게 알렸다. 그러나 조금 더 정교한 플레이가 가능했다면 더 많은 골 세리모니가 가능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은 남는다. 브라질이 남은 조별리그 2경기에서 조직력의 완성도를 높여간다면 잃어 버린 '우승후보 0순위' 타이틀도 쉽게 찾을 전망이다. (울산=연합뉴스) su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