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중국 선양(瀋陽)의 일본 총영사관에서발생한 북한 주민 5명의 망명시도 좌절사건이 22일 주민들의 제3국을 경유한 한국행으로 결론지어짐에 따라 사건 발생 2주일만에 일단락됐다. 그러나 일본은 이번 `선양 사건'에서 외교적으로 상당한 손해를 봤다. 일본은외교분쟁으로 치닫던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시종 중국측 페이스에 밀려 결과적으로`한판패'를 당했다는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아직 탈북주민의 3국행과 관련한 중.일 양국간 협상내용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않고 있지만, 외견상으로 볼 때 일본 정부가 사건 발생 직후부터 지금까지 중국측에 요구해 온 사항이 받아들여진 흔적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이다.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일본 외상은 사건 이후 중국 무장경찰의 총영사관내 진입을 공관 불가침특권을 규정한 빈협약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이런 기본적 시각을 바탕으로 일본은 ▲주민 5명의 신병인도 ▲유사사건의 재발방지 ▲중국 경찰의 총영사관내 진입 사과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중국측이 이같은 요구를 거부하자, 일본측은 탈북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측면을 감안해 중국 출국전 주민들에 대한 신원확인 및 망명 희망지 확인을 먼저 실시하고, 나중에 중국 경찰의 행위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입장으로 물러났다. 결과적으로 중국측은 일본이 요구한 `최소한의 요구'도 무시한 채 주민들의 제3국행을 결정한 것으로 보여, 일본 외교는 `완패'했다고 볼 수 밖에 없는 상태이다. 단 일본 정부 관계자는 중국측이 22일 주민들의 제3국행을 사전에 일본 정부에알려왔다고 밝혀, 중국 정부가 일본의 체면을 어느 정도 살려준 측면는 있는 것으로보인다. 하지만 일본 외교당국은 중국과의 외교분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것은 물론 자체적인 위기관리 능력에도 허점을 노출했다. 가와구치 외상은 지난 13일 선양 현지에서 이뤄진 조사결과를 토대로 종합보고서를 발표했으나, 이후 보고서에 빠진 내용들이 속속 들어나 외무성의 `정직성'과 `내부 조직관리'에도 흠결이 갔다. 이를 테면 사건 당시 부영사가 상사에게 전화를 걸어 중국경찰의 주민 연행여부를 확인했다든가, 부영사가 주민들이 건넨 망명희망 문서를 봤다든가 하는 `숨겨진'사실들이 잇따라 밝혀진 것이다. 일본 외교당국은 이에 대해 "군의 정보통제 속에 한가지 정보만 나오고 있는 중국과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일본의 상황을 감안할 때 우리만 몰아세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볼멘 소리를 했으나, 일본 언론과 여론의 반응은 냉담했다. 또 이번 사건의 전개과정에서 아나미 고로시게(阿南惟茂) 주중 대사가 "탈북자들이 공관에 들어오면 쫓아내라"고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온 점도 난민 기피를 원칙으로 세우고 있는 일본 외교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그나마 일본이 이번 선양사건을 계기로 얻은 `성과'라면 중국이 주민들을 북한에 송환하지 못하도록 강력히 주장했고, 실제로 주민들의 북송이 이뤄지지 않았다는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도쿄=연합뉴스) 고승일특파원 ksi@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