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에 대한 반발로 공산주의가 탄생했던 지난 1917년이나 미국의 증시붕괴로 세계적인 대공황이 촉발됐던 지난 1929년 만큼은 아니라고 해도 자본주의는 위기에 처해있다고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진단했다. 이 잡지는 최근호 특집을 통해 지난해는 20여년간 지속돼온 자본주의의 성장이 무너진 해로 기억될 것이라며 전세계 금융시장에서 거래된 주식과 채권 등 자산이 지난해 4% 감소했고 25만달러 이상의 유동자산을 보유한 가구수가 3천900만에서 3천700만으로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오늘날 경제적 부는 항상 증가하고 부자들은 계속 더 부자가 된다는 믿음이 틀렸음이 입증됐다고 잡지는 말했다. 또 엔론사의 급격한 붕괴는 주식회사 미국의 정식성과 월가중심의 자본주의 모델에 대한 신뢰를 흔들어 놓았고 닷컴거품의 붕괴도 수익성이 있는 기업들이 그렇게 많은 돈을 벌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고 잡지는 지적했다. 이와 함께 엔론사태 이후 투자자들은 제너럴일렉트릭이나 AIG사와 같은 유수의 기업들을 포함해 많은 미국 기업들의 회계도 의심하고 있다고 잡지는 덧붙이고 미국 경제가 세계경제의 기관차가 됐고 그 기업들이 모델이 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이는 걱정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생산성과 수익성의 혁명에 대한 의심이 옳은 것으로 입증될 경우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잡지는 경고했다. 지속적인 고주가가 말해주듯 주식회사 미국에 대한 일반적인 낙관론으로 기업이나 개인이나 모두 거대한 규모의 부채를 쌓아놨다. 같은 생각으로 엄청난 규모의 외국자본이 미국으로 몰려들어갔으며 이로 인해 미국은 엄청난 규모의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달러화의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가 뒤집힌다면 미국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고 미국의 자본주의 모델은 다른 나라들에게 설득력을 잃을 것이라고 잡지는 말했다. 많은 나라에서 미국식 모델은 이미 의문시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사태는 이미 세계적인 자본주의의 승리 예측에 심각한 타격을 가했고 일본과 같은 나라도 부실채권을 유가증권화해 은행들의 대차대조표에서 떨어버리는 미국식 방법에는 주춤하고 있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유럽도 꺼리고 있으며 아시아, 중남미, 구 소련 등에서도 더 이상 모델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잡지는 말했다. 특히 지난해 9.11테러는 가장 엄청난 충격이었다고 잡지는 말했다. 금융시스템은 훌륭하게 버텨냈으며 더욱이 미국 경제와 더 나아가 세계경제는 어느 누가 희망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하게 반등했으나 자본주의가 가장 발달한 곳에서도 자본주의는 그것을 미워하는 사람들에게 점점 더 취약해지고 있음을 입증했다는 것. 현재 진행중인 대테러전쟁이 아무리 큰 성공을 거둔다고 하더라도 계량화할 수 없는 이 새로운 리스크는 없앨 수가 없다고 잡지는 말했다. 테러라는 요인을 제외한 상태에서도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해서는 크게 낙관론과 비관론으로 나뉜다고 잡지는 말했다. 낙관론자들은 지난해 자본주의 제체가 보여준 탄력성, 특히 미국의 경우는 자본주의의 미래를 잘 예언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증시거품의 붕괴와 주요기업들의 불미스러운 붕괴 등은 우려의 요인이 되지만 미국은 지난 1800년대말 반독점 통제를 도입하고 1929년 대공황 이후 투자자보호장치를 개선하는 등 자체적으로 자본주의를 개선해온 오랜 전통이 있기 때문에 최근의 문제들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금융시스템의 탄력성도 감독당국을 놀라게 했다고 이들은 말했다. 비관론자들은 금융시스템의 탄력성에는 공감하지만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금융거품이 붕괴돼 미국과 세계를 지난 30년대와 같은 공황 또는 적어도 지난 10년간의 일본과 같은 침체로 몰아넣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추가적인 테러의 위험과 중동전쟁, 지난 30년대와 흡사한 미국과 유럽간의 무역전쟁 등은 이들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이들은 아르헨티나의 부도로 세계화는 정점을 지난 것으로 보고 있다. 닷컴거품은 붕괴됐지만 더욱 광범위한 증시 거품은 붕괴되지 않았다고 이들은 말하고 거품이 붕괴되는데는 잠시 시간이 걸릴 것이며 그 경제적 파장이 완전히 나타나는데는 더 오랜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자신의 느슨한 통화정책이 만들어낸 거품에 계속 바람을 불어넣고 있지만 영원히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이들은 말했다. 잡지는 그러나 자본주의의 미래에 가장 큰 장애요인은 경제회복이 지속되면서 개혁의지가 퇴조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런던=연합뉴스) 김창회특파원 c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