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이 보름 가까이 계열사인 신라호텔에서 직접 숙박을 하면서 현장경영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17일 삼성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초까지 신라호텔의 스위트룸에서 한 번에 1주일씩 2~3차례 투숙하면서 경영지도를 했다. 이는 올해 신라호텔 경영진이 전면 물갈이 된데다 월드컵 기간중 방한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단을 위한 VIP호텔로 지정됐기 때문이라고 삼성측은 밝혔다. 이 회장은 호텔의 각 식당과 객실은 물론 종업원 복지시설까지 꼼꼼하게 돌아보면서 "객실의 소음을 줄이는 방안을 더 찾아보라"는 등의 지시를 했다. 또 "각국 손님들의 구미에 맞게 음식 맛을 좀 더 다양화하라" "종업원에게 최고 대우를 해주는 ES(종업원 만족)를 해야 CS(고객만족)도 가능하다"고 경영진에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회장'이 아닌 '고객'의 입장에서 고쳐 나가야 할 부분을 경영진에게 구체적으로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직원들도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두문불출(杜門不出) 방에서만 지냈으며 "이번에는 손님입장으로 왔으니 조용히 내 업무를 보며 책을 읽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신라호텔 등기이사며 장녀인 부진씨가 기획실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삼성 구조조정본부는 지난 3월 신라호텔에 대한 경영개선 작업을 실시하고 허태학 삼성에버랜드 사장으로 하여금 신라호텔 사장을 겸임토록 했었다. 이 회장의 현장지도에 대해 삼성 고위관계자는 "신라호텔은 삼성그룹의 대(對) 외국인창구이기 때문에 항상 긴장하고 깨어있으라는 의미"라며 "회장은 역시 삼성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해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전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