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금리가 사흘 연속 하락했다. 전날 미국 재무부 채권 금리 급등으로 오름세로 출발했으나 국내 소비자기대지수가 7개월만에 하락해 경기와 관련한 비관적인 시각이 늘었고 채권 수급상황은 생각만큼 나쁘지 않아 하락 전환했다. 최근의 원화 강세가 수출여건이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감도 매수세에 일조했다. 그러나 국고 3년물의 경우 6.2% 초반에 대한 부담이 여전해 장 막판 하방경직성이 강해지는 모습이었다. 주가는 이틀째 오르며 840선에 육박했으나 조정에서 상승추세로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어서 장 초반 이후를 제외하면 채권 시장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 금리 6.24%로 하락 = 14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권 2002-4호 수익률은 전날보다 0.01%포인트 하락한 6.24%를 기록했다. 전날 뉴욕 증시 상승 등의 영향으로 재무부 채권이 급등해 6.30%로 상승 출발했지만 곧 상승폭을 좁혔다. 이후 통안채 입찰이 무난하게 이뤄지고 소비자기대지수가 하락세를 보였다는 소식에 금리는 오후 들어 하락 전환했다. 5년 만기 국고채권 2002-5호 수익률은 0.02%포인트 하락한 6.78%를 기록했다. 통안채 2년물과 1년물은 각각 0.01%포인트 내린 6.10%, 0.02%포인트 내린 5.40%를 가리켰다. 회사채 수익률 역시 하락했다. 3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 가운데 AA- 등급 수익률은 0.01%포인트 하락한 7.02%를, BBB- 등급 수익률은 0.01%포인트 하락한 10.99%를 각각 기록했다. 국채 선물은 사흘 연속 상승했다. 6월물은 6만6,253계약 거래되며 전날보다 0.05포인트 오른 103.89로 마감했다. 장 초반 103.66까지 밀렸으나 이후 상승 곡선을 그려 한때 103.96까지 올라갔다. 국채 선물 시장에서 은행이 5,880계약을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은 4.414계약 순매수했다. 이날 통안채 2년물 입찰은 시장에서 무난히 소화돼 최근의 호전된 시장 심리를 반영했다. 한국은행의 통안채 2년물 1조5,000억원어치는 연 6.14%에 낙찰됐다고 밝혔다. 응찰 금액은 2조4,200억원, 부분 낙찰률은 약 12%를 기록했다. 오전중 입찰한 통안채는 오후 들어 6.12%에 거래되기도 했다. ◆ 투자 심리 호전 = 시장은 펀더멘털과 수급상의 호재에 민감하게 반응했으나 악재에는 둔감해 지고 있는 모습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중 소비자기대지수는 109.4로 지난 3월의 109.7보다 하락했다. 기준치인 100을 여전히 상회했으나 기대지수가 하락한 것은 7개월만에 처음으로 주가 하락과 유가 상승 영향 속에서 향후 경기회복 속도가 다소 둔화될 것으로 풀이된다. 또 수급면에서는 최근 한국은행이 시장의 자금난이 있을 때는 RP를 적절히 지원하고 통안채 창구판매를 취소하는 등 공급에 안정감을 주고 수요 또한 그다지 나쁘지 않은 상태다. 아울러 우려됐던 MMF 환매는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은 상태. 투신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43조7,563억원까지 줄었던 MMF 설정액은 11일 다시 44조739억원으로 늘었다. 최근 주가 조정으로 주식 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이 주춤한 것으로 시장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반면 종합주가지수는 상승 출발 후 일관되게 강세를 유지해 1.88% 상승률로 마감했지만 금리와의 연동성은 크지 않았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13개 은행장들과 가진 제1차 금융협의회에서 "은행들의 예대금리 조정이 필요하다"며 수신 금리 인상을 권고했음에도 채권 시장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또 IMF의 찰스 아담스 아시아태평양지역 부국장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당초 전망치 5.0%보다 높은 5.5%∼5.75%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도 시장반응은 없었다. 시장 관계자들은 시장이 악재에 둔감한 것을 볼 때 이제 안정을 찾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투신사 관계자는 "주가가 급등해 900선을 상향 돌파하지 않는 이상 주가 조정이 마무리됐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라며 "주식시장이 펀더멘털과 관련해 상승모멘텀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채권시장 참가자들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미국에서는 소매판매가 발표된다. 이코노미스트들은 4월 소매 판매가 전달보다 0.7% 증가한 예측돼 재무부 채권 금리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투자신탁증권의 유승곤 애널리스트는 "오는 15일 발표되는 미국의 산업생산도 증가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이번주 금리는 국내외 경제 지표의 추이를 살피며 6.2%대에서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양영권기자 heem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