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는 살아나는데 수출은 아직..." 국내 경기 회복으로 건설, 의류, 화학, 제지 등 내수 기반 업종이 지난 1.4분기사상 최대 호황을 맞은 반면 전반적인 수출 부진으로 조선, 무역 등 수출 주력 업종은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업체가 발표한 1.4분기 경영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업종별로 명암이 엇갈렸고 자동차도 내수판매가 많은 업체와 수출이 많은 업체간희비쌍곡선을 그렸다. 또 `고소득' 업체들은 투자 규모를 늘리거나 투자 시기를 앞당기고 배당을 늘리는 등 이익을 분배하는 작업에 들어가는가 하면 향후 경영악화를 우려,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기로 하는 등 업체별로 다른 계획을 내놨다. ◆전자.반도체 = 삼성전자[05930]는 지난 1.4분기 매출과 순이익에서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는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s Suprise)'로 경기상승분위기를 주도했다. 삼성전자는 D램 경기 회복 및 휴대폰 등 정보통신 부문 영업호조로 매출 9조9천300억원, 영업이익 2조1천억원, 순이익 1조9천억원을 올렸으며 이는 지난해 4.4분기와 비교해 매출이 17%, 순이익은 375% 증가한 것. 삼성전자는 이런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초 발표한 TFT-LCD 5세대 라인 건설을 위한 7천600억원 외에 경기 화성의 반도체 11라인에 12인치 웨이퍼 설비 증설을 위해7천400억원을 투입하는 등 1조5천억원을 증액, 올해 설비투자비를 당초 3조500억원에서 4조5천5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D램 등 IT(정보기술) 경기회복이 여전히 불확실한데다 삼성 이건희 회장도 "회사가 잘 나갈 때 자만하지 말고 긴장을 풀어서도 안된다"고 특별지시, 내실위주 경영을 유지하고 상시 구조조정도 지속할 방침이다. LG전자[66570]도 매출이 4조6천97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6% 증가,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고 영업이익도 3천669억원으로 23.6% 증가했다. LG전자는 설비투자를 당초 예정한 5천100억원보다 늘릴 계획은 없지만 경기회복세를 감안, 가능한 부문에 한해 투자를 조기 집행할 계획이다. ◆자동차 = 현대차[05380]는 매출이 6조854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0.3%, 영업이익은 5천138억원으로 12.4%, 순이익은 5천866억원으로 113.3% 증가, 창사 이래 최대실적을 이어갔다. 반면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0.2%에서 올해 9.5%로 하락, 지난해 1천만원짜리 차를 팔아 102만원의 이익을 냈다면 올해는 그 이익이 95만원으로 줄었다. 현대차는 1.4분기 이익의 상당 부분이 지분법 적용 및 유가증권 가치 상승에 따른 평가이익과 환차익 등인데다 하반기에는 미 제너럴모터스(GM) 상륙, 특소세 환원등에 대비해야 하는 만큼 `긴장상태'를 이어간다는 방침. 기아차[00270]는 신차 출시에 따른 생산라인 조정 등으로 수출이 감소하는 바람에 매출액이 2조8천185억원으로 1.6%, 영업이익은 1천202억원으로 31.1%, 순이익은989억원으로 14% 줄었다. 쌍용차[03620]는 매출액 7천933억원, 영업이익 540억원, 순이익 418억원의 최대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건설 = 과열 우려가 생길 정도였던 주택경기 활성화로 실적도 대폭 호전됐다. 현대산업개발[12630]은 매출.영업이익.경상이익.당기순이익 등 주요 영업지표가창사 이래 최고치를 달성하는 등 건설업체 중에서도 실적 호전이 두드러졌다. 이는 아이타워 매각 등으로 차입금을 1조3천323억원이나 줄인데다 지난해 7천여가구에 달했던 미분양 아파트가 1년만에 700여가구로 줄어드는 등 주택경기 호전에따른 것. 2000년 2조9천805억원과 지난해 8천96억원 등 2년 연속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던 현대건설[00720]도 지난 1.4분기가 흑자경영의 시발점이 된 것으로 추정하고있다. 고강도 구조조정과 `부실 털기'로 경영 불확실성을 걷어냈다고 보고 흑자기조를유지, 올해 2천5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겠다는 것이 현대건설의 목표다. 대림산업[00210]과 대우건설[47040]도 매출이 지난해보다 19.3%, 9.3% 늘어나는등 주택경기 호전의 혜택을 톡톡히 입었다. ◆철강 = 세계적 공급과잉으로 지난해 경영난을 겪었으나 올해에는 벗어나는 분위기. 포항제철[05490]은 제품 판매가 하락으로 매출이 2조6천597억원으로 3%, 영업이익은 2천771억원으로 22% 감소했으나 법인세 비용 감소와 환차익 등으로 당기순이익은 1천905억원으로 11% 증가했다. 동국제강[01230]은 조선 및 건설경기의 호조로 후판.철근.형강의 판매가 나아지면서 매출이 15%, 영업이익이 18% 증가하는 등 경영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철근제품이 주력인 인천제철과 자동차용 강판을 생산하는 현대하이스코[10520]도 건설 및 자동차산업 호황에 따라 매출과 이익이 동반상승했다. ◆조선 = 현대중공업[09540]은 매출액(1조9천587억원)과 영업이익(2천18억원)은8.8%, 7.5% 늘었으나 외화迷轅?대한 환율평가이익 등이 급감해 경상이익(1천120억원)과 순이익(776억원)은 17.2%, 18.1% 줄었다. 대우조선해양[42660]도 매출(7천506억원)은 9.9% 증가한 반면 워크아웃 기간 수주했던 벌크선 등 이익률이 대체로 떨어지는 선박을 주로 건조해 영업이익(598억원)은 44.5%, 경상이익(714억원)은 28.8%, 순이익(508억원)은 27% 감소했다. 조선업계도 지난해 9.11 테러 사태로 위축된 세계 선박시장 분위기가 아직 회복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적극적인 시설투자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섬유.화학 = 화섬업계는 지난해와 이익이 비슷하거나 줄어든 반면 의류업계는호황기였다. 코오롱[02020]은 매출 2천985억원, 영업이익 304억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7.6%, 11.4% 감소세를 보였고, 화섬 통합법인 휴비스는 매출이 2천233억원으로5%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180억원으로 28.6% 늘었다. 이랜드는 영업이익 340억원과 경상이익 255억원을 달성해 50-60%의 신장세를 나타냈으며 나산[14990]도 영업이익 63억8천만원, 경상이익 71억6천만원으로 130-140%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LG화학[51910]은 석유화학 제품가격 상승으로 매출은 12% 늘어난 1조2천638억원을, 영업이익은 39% 증가한 1천458억원을 달성하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LG화학은 이에 따라 연간 목표를 최대 13.3%까지 상향조정하고 배당률도 지난해15%에서 최소 20% 이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무역 = 전반적인 수출 부진으로 종합상사 영업실적도 저조했으나 일부 업체는지분 매각 등을 통해 경상이익이나 순이익을 늘렸다. LG상사[01120]의 경우 매출은 4조5천919억원으로 1.7%, 영업이익은 301억원으로5.3% 줄었지만 LG증권 등의 유가증권을 처분, 경상이익은 191%, 순이익은 193% 증가했다. SK글로벌[01740]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15-25% 감소했으나 SK텔레콤 지분 매각으로 순이익이 흑자로 전환됐다. 현대종합상사[11760]도 매출 등 경영실적이 50% 안팎 감소했고 삼성물산[00830]도 실적 호전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제지 = 신무림제지[09200]는 매출이 1천10억원으로 5.9%, 영업이익은 176억원으로 528% 늘었고 지난해 1.4분기 61억원 손실을 기록했던 경상이익도 153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한솔제지[04150]도 매출이 2천416억원으로 10% 늘고 경상이익도 지난해 적자에서 올해 236억원 흑자를 낸 것으로 잠정집계했다. (서울=연합뉴스) keykey@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