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후보의 부산시장 후보 천거요청에 대해 김영삼(金泳三.YS) 전 대통령이 `침묵'을 계속함에 따라 해석이 분분하다. 김 전대통령은 최근 상도동을 찾은 한나라당 강삼재(姜三載) 의원, 김혁규(金爀珪) 경남지사 등에겐 물론 지난 6일 자신의 의중을 탐색하러온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 의원에게도 "시간이 많지 않다"며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YS가 이처럼 정치권 안팎의 비상한 관심에도 불구, 부산시장 문제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는 데 대해 '거절' '암묵적 지지' '입장유보' 등 여러가지 해석들이 교차하고 있다. 그의 침묵을 노 후보 요청에 대한 거절로 보는 것은 지방선거 후보등록일(28일)이 얼마 남지 않은 촉박한 상황과 여론 동향을 근거로 들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의원은 7일 "부산 여론이 좋지 않게 돌아가지 않느냐"며 "처음보다 노 후보의 지지가 떨어지고 있고 민주당의 인기는 더 떨어져 나를 내보내는 데 대한 위험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암묵적 지지론은 부산시장 선거 출마에 대한 박종웅 의원의 적극적인 의사표시를 YS가 제지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상도동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까지 지낸 분이 직접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YS가 지금까지의 침묵에 이어 앞으로도 당분간 입장표명을 하지 않는 유보적 태도를 견지할 것이라는 제3의 관측도 많다. YS는 여론에 민감한 만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가 확정된 이후의 정치지형을 살펴본 뒤 직접 대선 후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내달 지방선거는 연말 대선과 연계돼 치러질 수밖에 없는 만큼 부산시장 후보 문제를 놓고 자신의 입장을 스스로 속박하기 보다는 일본 방문중 언급한 대로 지방선거 결과를 지켜본 뒤 지지하는 후보를 밝힌다는 것. YS의 입장 표명이 지연되자 노 후보의 부산 후원회장인 신상우(辛相佑) 전 국회부의장은 7일 박종웅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YS를 설득해 달라" "박 의원이 먼저 출마를 선언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박 의원은 "YS의 뜻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종전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최이락기자 choina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