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세에 골프를 배우기 시작해 4년 만에 프로골퍼가 된 입지전적인 사람이 있다. 주인공은 현재 분당에 위치한 골프스카이닷컴의 골프스쿨 교장으로 있는 김장우 프로. 김 프로는 입문 5개월 만에 70타대 스코어를 기록하며 '싱글 골퍼'가 됐고 11개월 만에 동진CC(현 뉴스프링빌CC)에서 이븐파 72타를 쳤다. 13개월째에는 제일CC에서 이글 1개와 버디 6개,보기 3개로 5언더파 67타를 기록했다. 도대체 어떻게 골프를 했길래 이런 '불가사의한'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김 프로는 젊음을 정치판에서 보냈다. 인연이 없었던 것일까. 마음에 깊은 상처를 안고 돌아선 이 '위기의 남자'에게 골프는 새로운 '애인'이 돼 주었다. 95년 여름 처음 골프연습장을 찾은 김 프로에게 골프는 만만한 운동이 아니었다. "이틀 정도 볼을 쳤는데 쥐방울만한 게 잘 맞지 않고 제멋대로 가더라고요.오기가 발동했지요.그래서 사흘째 되는 날부터 매일 새벽 5시에 나가 출근 전 8시30분까지 1차 연습을 하고 퇴근 후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2차 연습을 했죠" 그는 당시 하루에 1천5백개 이상의 볼을 때렸다. 1년6개월간 단 하루도 연습을 거르지 않았다. 레슨도 딱 한달만 받고 독학했다. 명절 때도 연습장이 문을 열면 샷을 다듬었다. 초·중·고등학교 때 축구선수를 했던 그였지만 워낙 많은 볼을 쳐대 몸에 이상이 왔다. 다행히 뼈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근육에 무리가 왔다. 김 프로는 연습을 쉬라는 의사의 권고를 받고 고민하다 퍼팅연습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아내 몰래 안방 장판을 뜯어내고 카펫을 깔아 퍼팅장을 만들었다. 기절초풍하는 아내를 달래는 데 진땀을 뺐지만 부상 중에도 하루에 2천번씩 퍼팅연습을 할 수 있었다. 김 프로는 이러한 노력 덕분에 골프 입문 4년 만인 99년 티칭프로 테스트에 응시해 단번에 합격했다. 김 프로는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집중력'을 꼽는다. 샷마다 온 정신을 한 곳에 모아야 한다는 것. 그는 "임팩트 때 클럽헤드가 똑바로 볼을 지나가는 이미지를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강조한다. 그의 꿈은 미국 시니어PGA투어에 진출하는 것. "국내 기업에서 해외 지사에 직원 한 명 키운다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후원해주면 5년 정도 계획을 잡고 미국으로 건너갈 작정"이라고 말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