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의 국제미술마당이 광주에 펼쳐졌다.'2002 광주비엔날레'에는 각국 작가 230여명이 독특한 개성의 작품을 선보였다. 주제는 '멈춤'. 바쁜 일상을 멈추고 잠시 전시장에 들러보는 것도 삶의 활력을 얻는방법이 되겠다. 비엔날레는 일종의 시장이다. 작가들이 벌려놓은 예술의 좌판 사이를 오가며 그흐름을 파악하고 기쁨도 한 아름 얻어가는 자리다. 기왕에 열린 잔치마당에서 즐거움을 한껏 건져가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듯이 미리 공부한 만큼 현장에서 배울 수 있다. 사전지식을 갖고 전시장을 찾는 게 지름길. 신문과 방송의 관련 보도를 참조하는 것도 좋겠고, 비엔날레 홈페이지(www.gwangju-biennale.org)를 열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기획의도와 전시구성 개요 정도는 간단히 알고 가자는 것이다. 물론 사전예습이 필수는 아니다. 비엔날레측은 미술에 대한 딱딱한 선입견을 버리고 동네 슈퍼마켓 들르듯 홀가분하게 오라고 말한다. 근엄한 양복이 아닌 평상복차림의 마음이면 된다. 최소한의 주의사항만 지키면 그만이라는 얘기다. 먼저 중외공원 야외에 설치된 작품부터 감상하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에코 프라워토의 . 인도네시아 전통가옥이 재현돼 이국적 풍경을 연출한다.원래는 대나무집에 올라가게 했으나 첫날부터 아이들이 마구 굴러대는 바람에 구경만 하게 했다. 드넓은 중외공원이 그 자체로 멋진 휴식공간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본전시는 '프로젝트1'의 비엔날레관 제1전시실 입구에 있는 베르트 타이스의 에서 본격 시작된다. 휴게공간으로 바뀐 이곳 현관 정원에서 바깥풍경을 감상한 뒤 실내로 들어서면 올라프 니콜라이의 신발 모형의 가 기다리는데, 신발 속에 앉으면 잠시나마 아늑함에 젖는다. 인 시우첸의 은 카페를 재현했다. 의자에 앉아 사방에 걸린 중국의 거리풍경 사진을 감상하는 맛도 그만. 찻집이라고 하지만 차는 팔지 않는다. 목이 마르면 한쪽에 놓인 생수를 직접 마실 수 있다. 제2전시실에서는 에이이에스 그룹의 에서 이국의 분위기를 느껴볼수 있다. 카펫으로 지은 쉼터 안에 들어가면 이슬람 음악이 방문객을 반긴다. 플라스틱 키네틱 웜즈의 은 작가들이 팩스로 보내온 디자인을 바탕으로 제작된 깃발들이 하나하나 내걸려 이채를 더한다. 춤에 관심이 있다면 매주 일요일 오후 3시부터 한 시간 동안 진행되는 강습에참가하자. 장소는 제3전시실에 있는 정연두의 . 전문가에게 받는 강습 자체가 하나의 작품으로 간주된다. 김홍석, 김소라의 작품인 평상에 올라시소처럼 타더라도 나무라는 사람은 없다. 아틀리에 바우와우의 에는 900여권의 만화책이 비치돼 있어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제4전시실의 는 폴크스바겐 자동차를 뒤집어 휴게실로 꾸민 수라시쿠솔웡의 작품. 들어가 쉬노라면 세상을 거꾸로 사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박문종의는 짚단을 밟을 때의 부드러움이 포근함을 안긴다. 모토히코 오다니의 에 들어가면 사방에서 물이 흐르거나 유리잔이 깨지는 영상이 비쳐 이내 짜릿한 황홀경에 빠져든다. '프로젝트2'에 있는 세르게이 송의 은 카자흐스탄 인형 50여개가 전시됐는데, 5월 24-27일 중외공원 교육홍보관의 학술회의 때는 인형극 소재로 사용돼 관심이 있다면 가볼만 하다. 리나 김의 은 크리스털을 바닥에 깔고 무척 밝은 조명을 내리비쳐 안에 들어가면 환상적 차가움을 누릴 수 있다. 비엔날레관 감상이 끝나면 셔틀버스를 잡아타고 5.18 자유공원과 남광주역 폐선부지를 차례로 둘러보자. 걸리는 시간은 각 20분 가량. 이곳에서는 '프로젝트3'와 '프로젝트4'가 손님을 맞는다. 비엔날레관 입장료는 어른 1만원, 청소년 5천원, 어린이 2천500원. 그러나 이 두 장소는 입장료가 없다. '프로젝트3'의 제목은 '집행유예'. 유네스코 본상을 수상한 김세진은 기념사진촬영 직전과 직후의 변화를 예리하게 대비시켰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멈춤과 움직임의 교차가 극명하게 나타나 수상 이유가 짐작된다. 길이 20m에 이르는 신학철의 회화 에서는 40년 한국 현대사의 흐름을 만나자. 이윰의